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들이 지난 4월 26일 새벽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장도리 모양으로 만들어진 연장을 뺏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국회 곳곳을 점거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등을 수사해온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 짓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과정에서 국회 내에서 발생한 고소·고발 사건 전체를 검찰 수사지휘에 따라 오는 10일 서울 남부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10일까지 사건을 송치하라는 (검찰의) 서면 지휘가 지난달 27일에 있었다”며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사항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수사준칙에 따라 검찰이 접수해 이첩한 사건은 검사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검찰에서 이첩된 사건 17건과 경찰에 직접 접수된 1건 등 고소·고발 사건 18건을 모두 검찰로 송치한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사안이 민감하고 국민적 관심이 커서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검경이 서로 같았다”며 “출석 요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수사가 늘어진다면 국민적 불신만 쌓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18건 중 충돌과 관련된 14건은 별도 의견을 달지 않는 ‘사안 송치’를 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 사건들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국회 의안과 사무실 점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앞 충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충돌 등 네 갈래로 나눠 수사해왔다.
경찰은 나머지 4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한 사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을 모욕했다는 내용의 고소 건 △시민단체가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건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 등이다.
경찰은 피고발인 121명 가운데 국회의원 98명을 포함한 108명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민주당 30명, 정의당 3명 등 모두 36명을 조사했다. 경찰이 출석을 요구한 국회의원 98명은 한국당 59명, 민주당 35명, 정의당 3명, 바른미래당 1명 등이다. 한국당 의원 59명은 한명도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이들 가운데 31명은 3차까지 소환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에 불응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강제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내용을 포함해서 검찰과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부지검 관계자는 “출석할 분들은 이미 출석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출석하지 않겠다고 하니 경찰에서 더 수사할 부분이 남아 있지 않다고 봤다”며 “검찰에서 법리 검토와 보완 수사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경찰 간부는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안 송치를 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 등으로 해명되지 않는다”며 “조국 장관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균형을 맞추거나 국회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위해 사건을 가져간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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