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에서 일부 생도가 음주 등 규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900여명 전체 생도들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밤늦은 시간 단체 뜀걸음을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 조처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교육과 훈련 과정에서 부당한 연대 책임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육군사관학교장에게 학교 구성원 전체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군인권센터는 “육군사관학교장이 일부 생도의 규율 위반을 이유로 지난 4월1일 생도들을 대상으로 일과 뒤 휴식시간인 밤 10시부터 11시까지 군장을 메고 단체 뜀걸음을 시킨 것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 3월 2학년 생도 3∼4명이 모교인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출장 중 음주를 한 뒤 교통사고를 당했고, 4월1일 여단장 생도와 인사 참모생 등 지휘근무 생도들이 부생도대장을 찾아가 자성 차원에서 2학년 이상 생도들이 야간에 단체 뜀걸음을 할 것을 건의했다. 이후 생도대장이 이를 승인하면서 생도 2∼4학년 생도 900여명은 13㎏ 상당의 군장을 하게 한 뒤 5㎞ 단체 뜀걸음을 했다.
이에 학교 쪽은 “생도들로부터 본인들이 무단 음주에 자유롭지 못하고 거리낌이 있으므로 자율적 기강확립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다수라고 보고받았다”며 “단체 뜀걸음을 선택한 생도들 의견이 학교 교육의 목적상 그 기준이나 상식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해서 승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일련의 활동은 육군사관학교의 설립 취지에 맞게 국가관, 안보관, 군인으로서의 기본 교육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야간 단체 뜀걸음이 지휘근무 생도들이 자성의 시간을 갖기로 의견을 모아 진행된 점에서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규율 준수와 관련된 교육과 토론 등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아닌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얼차려의 성격으로 진행된 점으로 볼 때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시나 교육훈련이 아닌 개인의 책임이 명백한 사안에까지 집단의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 책임의 원리에 반한다”며 “이러한 교육을 받은 생도들이 임관 뒤 일선에 배치되면 병영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에 따라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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