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웰컴센터 모습. 연합뉴스
현금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국가대표 후보인 중·고등학교 학생 선수들에게 훈련 도중 서로 알몸검사를 시키고 지속해서 단체 처벌을 하는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16일 인권위는 학생 선수들에게 알몸검사를 지시하고 체벌한 코치들에게 특별인권교육을 하고, 관련 코치들에게 징계 혐의가 없다고 결정한 관련자들에 대한 인권·직무 교육을 할 것을 대한수영연맹 회장에게 권고했다. 또한 대한체육회 회장에게 직권으로 해당 코치들에 대한 징계 재심사를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월께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계훈련을 받은 학생 선수의 어머니, 그의 지인은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계훈련에서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알몸검사와 사생활 침해, 가혹 행위 등을 했으며 대한체육회에 신고된 사건을 이첩받은 대한수영연맹이 적절한 구제 조처를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내용의 진정을 올 4월과 6월에 각각 인권위에 냈다.
해당 코치들과 대한체육회는 진정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해당 코치들은 인권위에 “훈련 중 선수들에게 알몸검사를 지시하거나 선수들 소지품을 함부로 검사한 적이 없으며, 선수들에게 체벌도 없었고 모두 체력훈련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수영연맹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돼 업무에 제약이 있었지만, 지난해 7월 관리단체에서 해제된 후 사건을 조사하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적절히 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지난해 훈련 도중 숙소와 훈련장에서 몇 차례 신발과 현금이 분실되자 코치들은 선수들의 숙소와 소지품을 검사하고, 선수들의 은행계좌 비밀번호까지 제출하도록 해 입출금 명세까지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일부 코치는 남성 선수들 11명에게 서로 알몸검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금도난 사건이 발생한 뒤 코치들은 훈련장에서 며칠간 지속해서 남성 선수들에게 훈련 계획에 없는 선착순 달리기와 단체 오리걸음, 쪼그려 뛰기,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서기, 물구나무서기, 봉체조 등을 반복해서 실시했다. 이런 단체기합 중 일부는 현금을 훔친 범인을 찾기 위한 목적이 명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문제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인권위 조사 결과 확인됐다. 동계훈련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3월, 알몸검사와 체벌 등의 사건이 대한체육회에 접수됐지만, 조사는 수영연맹이 대한체육회 관리단체에서 해제된 7월 뒤늦게 시작됐다. 그마저도 조사 중 신고 내용 일부를 누락하고 해당 선수들의 피해 조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알몸검사와 체벌 모두 징계혐의가 없다고 결정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11조를 보면 체육회의 정관이나 지시사항을 위반했거나, 국제체육기구와의 각종 분쟁이 있는 등 정상적인 조직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된다. 이 경우 관리단체 운영은 체육회에서 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인권위는 “당사자 동의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소지품이나 계좌명세를 검사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 특히 아동 선수들에게 알몸검사를 지시한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며, 코치들이 훈련장에서 수일간 지시한 훈련들은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신체적 학대행위“라며 “대한체육회와 수영연맹 모두, 이번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하여 신고된 내용을 적절히 조사하지 않고 부실하게 대응하여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구제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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