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제주 제2공항 강행 중단! 문재인 대통령 결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 녹색 제주도가 그려졌다. 50여명의 시민들은 초록색 옷을 입고 바닥에 누워 몸으로 제주도를 만들어 보였다. 이들은 바닥에 누운 채 손팻말을 들고 “그대로가 아름다워 제주도를 그냥 놔둬. 똥물바당 싫다싫어 제2공항 설러불라(‘그만두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라고 외쳤다.
이들은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비상도민회의)’ 소속 회원들이다.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건설을 막기 위해 제주도민들을 포함해 환경단체, 종교계 등 11개 시민사회단체가 뭉쳐서 만들었다. 제주도민들과 범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상경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2015년 11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495만㎡(150만평) 땅을 공항 예정지로 발표해 추진 중이다.
이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로 제주도 섬이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관광객이 1500만 명을 넘어서고 골프장과 대규모 리조트 등이 개발되고 있는 등 이미 섬 곳곳이 멍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2공항까지 건설된다면 섬의 자연이 훼손되는 건 물론 관광객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성산지역은 아주 민감한 생태 지역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다”며 “유네스코에 등록된 용암동굴이 발견될 가능성과 비행기 소음이 남방큰돌고래에 미칠 영향 등이 담긴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국토부는 불과 한 달 만에 ‘모두 수용했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이는 분명한 거짓”이라고 꼬집었다.
문정현 신부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강행 중단! 문재인 대통령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제2공항 건설계획과 관련한 연구기관 조사가 은폐된 의혹도 거론됐다.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사전타당성 검토(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당시에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에이디피아이(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서 기존 제주공항을 잘 활용해도 국토부가 제시한 장기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등 의혹과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주도의 미래, 제주도민의 삶이 걸려있는 문제는 제주도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도민회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달 초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국방부의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공군기지 명칭만 바꾼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계획이 포함됐다”며 “내년 예산에 국방부 공군본부가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창설방안을 연구하는 용역 예산이 반영되면서 공군기지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해양 안보라는 명분으로 전투기가 뜨고 앉을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산에 민군복합공항을 짓고 그것을 제2공항이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싸워 온 평화운동단체 평화바람 단장인 문정현 신부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문 신부는 “2004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설립과 2007년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때와 똑같이 전철을 밟고 있다”며 “15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싸울 수 있다. 그때처럼 넘어가지 않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반면,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성산읍과 구좌읍, 우도면 주민들로 구성된 성산읍추진위원회는 “현재 제주공항은 활주로가 혼잡해 이용객의 불안감이 높고, 연착과 지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제2공항의 조속하고 원활한 추진만이 도민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으로 이끄는 최선의 방법이며 균형발전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맞서고 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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