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정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미등록외국인을 외국인보호소에 기약없이 장기간 구금하는 것은 ‘비인간적 처우’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가 앞서 올해 2월 정부에 한 차례 이같은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구금 대신 대안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자 거듭 압박한 것이다.
인권위는 6일 “난민심사 절차가 진행돼 상당 기간 사실상 강제퇴거 가능성이 없고, 사회에 위험요소가 되지 않는 보호외국인에 대해 구금이 아닌 대안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법무부 장관에 표명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국적자인 ㄱ(54)씨는 지난해 3월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에 단속돼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경기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갇혔다. 이후 ㄱ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3개월마다 심사를 거쳐 보호기간이 1년여간 연장됐다. ㄱ씨는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를 위한 단기수용시설이며 나는 범죄자도 아닌데, 1년 이상 구금된 실정”이라며 “장기구금은 신체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건강이 안 좋아 수차례 외부진료를 받는 데다 난민심사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 구금 대안조치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정을 지난 2월 인권위에 제기했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외국인이 본국으로 강제소환되기 전까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잠시 수용하는 곳으로, 법무부 산하기관인 출입국관리소에 설치돼 있다.
인권위 조사결과, ㄱ씨처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3개월 넘게 갇혀 있는 난민 신청 보호외국인은 10명(6월30일 기준)이다. 이 중 한 명은 2015년 4월 입소해 4년 넘게 보호소에 갇혀 있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입소한 보호외국인들이 신청한 난민신청은 지난해 기준 20건인데, 2명만 인도적 체류 지위만 인정됐다. 난민 인정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명의 난민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인권위는 “‘강제송환’과 ‘강제퇴거’라는 구금 사유가 전체 구금 기간에 걸쳐 계속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의적 구금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 침해의 위험성 있고, 장기수용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위해를 고려하면 비인간적 처우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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