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 브리핑이 2016년 10월 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려 주치의 백선하 교수가 특위의 입장과 다른 소견을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5년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잘못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에 불복했다. 백 교수 쪽은 “고인의 사망은 정치화돼, 사실이 왜곡됐다.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할 시점”이라며 적극적인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등 취재 결과,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는 고 백남기 농민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심재남)의 화해권고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지난 1일 제출했다. 종결된 변론을 다시 시작해달라며 변론 재개 신청서도 함께 냈다.
백 교수 쪽은 “피고 백선하는 이 분야(신경외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던 전문가이며 망인의 입원부터 사망까지 지켜봤던 의사다. 망인의 사망원인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의사로서 지식과 양심에 기초해 개진한 의견에 함부로 불법행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 쪽은 이전 재판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은 데 대해 “불법행위를 증명할 책임은 원고(유족)들에게 있는데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다퉈 유족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간 원고가 그 증명을 다하지 못해 적극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다”며 “화해권고 결정으로 재판부 심증을 확인한 이상 적극적으로 주장을 개진하기 위해 변론 재개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백 교수가 화해권고 결정에 불복하면서, 재판부는 변론을 재개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을 진행하게 된다. 변론이 재개될 경우 백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쪽 의견을 듣는 등 추가 자료를 제출해 유족 쪽 주장에 적극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재판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됐다.
지난달 21일 재판부는 고 백남기 농민의 부인과 자녀 등 유족 4명이 서울대병원과 병원 소속 백선하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과 백 교수가 모두 5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백 교수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해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기재했다고 판단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지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유족에 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또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고인의 의료 정보를 경찰에 무단 누설한 것은 의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며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쓰려졌고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있다가 이듬해 9월 숨졌다. 수술을 집도한 백 교수는 고인의 사인이 ‘외인사’인데도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적었고, 유족이 연명 치료를 중단해 사망했다고 책임을 떠넘겨 왔다. 사망 종류와 부검 영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진상 조사가 시작됐고,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등 대부분의 의사는 백씨의 사망 종류를 ‘외인사’로 결론 내렸다. 2017년 6월 서울대병원은 윤리위원회 논의를 통해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의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그러나 백 교수는 합동특별조사위원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해서 ‘병사’를 고집해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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