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험과 국가기술자격시험 중에서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변호사 시험과 국가기술자격시험 운영 방법이 응시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일반적 행동 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시험운영기관인 법무부 장관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시험운영 방법 개선 권고를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인권위 설명을 보면, 지난해 8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국가기술자격시험 전기기능장 필답형 실기시험을 치던 진정인 ㄱ씨는 시험 도중 감독관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감독관은 화장실에 가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말했고, 진정인은 소변을 참느라 시험에 집중하지 못해 결국 불합격 처리됐다. 또 다른 진정인 ㄴ씨도 지난 4월 품질경영기사 필기시험 중 감독관이 화장실 이용을 제한해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이런 식의 화장실 이용 제한은 변호사 시험에서도 마찬가지다. 2019년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한 진정인 ㄷ씨는 “변호사 시험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시험시간이 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시험관리관의 지시에 따라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며 “2시간이 넘지 않는 과목이라 할지라도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일반인의 배뇨 간격과 다른 기관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의 시험 중 화장실 이용 제한 현황 등을 참고했다”며 “화장실 내에서의 부정행위 가능성을 방지하고 응시자가 소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도록 정숙한 시험장 분위기 조성 등의 차원에서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도 ‘환경 조성’을 이유로 들면서 “화장실을 가는 경우 다시 입실할 수는 없지만, 퇴실 시까지 작성된 답안지는 정상적으로 채점되고, 임산부 등 불가피한 경우 따로 고사장을 마련하여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소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수험생 집중력 보호나 부정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생리적 욕구는 기본적 욕구로 헌법상 보호의 가치가 더 크다”며 “시험은 누구에게나 신중하고 절실하다는 점에서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화장실 이용 제한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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