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감찰 무마’ 의혹에서 ‘인사 개입’ 의혹으로 확산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가 유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통해 금융위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파악했는데, 이를 감찰 무마의 주요 배경으로 보고 인사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파악 중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유 전 부시장 쪽은 대가를 주고받은 인사 청탁이 아니라 통상적인 인사 추천 절차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천경득(46)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은 유 당시 국장과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여러 차례 금융권 인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천 행정관이 특정인을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했고, 해당 인사는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돼 현재도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 전 부시장이 천 행정관에게 특정 직급에 추천할 인물을 여러 명 나눠 보고하면, 천 행정관이 한 사람을 특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천 행정관 외에도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도 유 전 부시장과 인사 관련 의견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대화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천 행정관 등의 행위가 권한을 넘어선 인사 청탁 수준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천 행정관 등이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국(54) 당시 민정수석과 이인걸(46) 당시 특별감찰반장 등에게 감찰 중단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전 특감반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천 행정관으로부터 감찰 중단 요구를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사건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 초기 비선들이 인사를 논의하는 내용이 공개되는 게 정권에 부담돼 이 정도 선(사표 수리)에서 마무리하자고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 개입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위법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금융위 상임위원은 ‘1급 공무원’ 자리여서 청와대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금융위가 상임위원을 물색하며 여러 곳에 의견을 물었고, 그 과정에서 천 행정관이 해당 인사를 추천한 것일 뿐”이라며 인사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 역시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올 초 “인사 추천 때 통상적으로 세평을 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환경부 인사 개입 의혹처럼 인사 추천 과정에서 청와대가 절차를 위반하거나 강압·강요를 통해 정상적인 절차를 뒤집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금 상황은 청와대의 행위가 ‘죄가 되느냐’를 따지기보다 금융위 2급 국장이 어떻게 금융계 인사를 주무를 수 있었는지 ‘권력의 배경’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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