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내 기쁨조”…올해의 직장갑질 5대 키워드는?

직장갑질119, 2019 직장갑질 제보 사례 분석해 5대 키워드 선정
“법 시행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계속…강력처벌로 법에 생명력 불어넣어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모인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직장갑질 119 제공

#1.

“‘○○○가 내 기쁨조야’ ‘키가 몇이지? 여자는 늘씬해야지’ ‘왜 이렇게 비싸게 구는 거야?’ 상사가 성적 수치심과 굴욕감을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해 병원에 갔더니 약을 처방해줬습니다. 어지러움, 구토, 가슴 통증, 숨막힘 등의 증상이 있고 수면제를 복용해도 잠이 오질 않으며 모자나 마스크 없이 밖을 나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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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사가 책상에 있는 키보드를 던지더니 저를 포함한 팀원 3명에게 회의실로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회의실에 도착하자 의자를 던지며 ‘회사 놀러 왔냐, 내가 X 같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상사는 사원들을 불러서 대표이사가 너희들을 싫어해서 물갈이하려고 한다고 해고를 협박했고, 저는 퇴근 1시간 전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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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된 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들이다. 직장갑질119는 법 시행 이후 단체로 들어온 제보 가운데 사안이 중대하고 신뢰도가 높은 제보 100개를 추려 분석한 결과, 올해의 직장갑질 5대 열쇳말로 폭언, 성희롱, 보복, 따돌림, 신고 등을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법 시행 이후에도 강도 높은 폭언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 업무 배제를 통한 따돌림 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제보자들은 “’이거 안 하면 죽여버린다’거나 ‘불량 하나 나면 눈깔을 뽑아버린다’며 소리를 질러 직원들이 힘들어한다”(폭언), “성별과 관계없이 외모에 대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한다. ‘너네는 뚱뚱해서 모를 거다’, ‘대표님이 보면 흥분하겠다’는 발언을 한다”(성희롱), “독서실에서 적은 돈만 받고 일한 게 억울해 노동청에 진정했다. 사장이 고용한 변호사가 연락해 ‘취하 안 하면 배임과 문서 손괴로 고소한다’고 협박했다”(보복),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퇴근한다. 다른 직원들은 바빠 죽는데 할 일 없이 앉아 있으려니 미칠 지경이다”(따돌림), “상사의 눈 밖에 나 잡무만 하게 되어서 인사팀에 신고했더니 6개월이 넘도록 별다른 조처가 없다”(신고) 등과 같은 사례를 제보했다.

괴롭힘 행위를 신고해도 회사와 고용노동청의 미온적 대처로 2~3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해도 무시, 늑장처리, 솜방망이 징계, 불이익 처우를 당해 2차 피해가 생겼다. 고용노동청에 신고해도 법의 한계만을 강조하는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3차 피해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어 “특히 보복행위는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유일한 처벌 대상인데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정부가 보복행위에 대해 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140명의 단체 스태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의 속담으로 ‘언덕은 내려다보더라도 사람은 내려보지 말라’라는 속담을 선정했다. 법 시행을 계기로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존중하는 직장문화를 만들자는 뜻이 담겨 있다.

김민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