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정체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철로 위로 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크리스마스인 25일 눈 대신 뿌연 미세먼지가 전국의 하늘을 덮은 가운데 다음해 1월 중순까지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실시간 대기오염도 측정 정보를 보면,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이었고, 경기북부와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매우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를 나타냈다. 환경부는 지난 24일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0㎍/㎥ 이상의 ‘나쁨’을 기록하고, 다음 날도 ‘나쁨’ 이상으로 예상되는 충남·충북·세종 지역에 미세먼지 위기경보 ‘관심’ 단계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바 있다.
환경과학원은 26일도 대기 정체로 축적된 미세먼지에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이 더해지면서 수도권·강원영서·충청권·광주·전북 등 대부분 서쪽 지역과 대구·경북 등 지역에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낄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런 고농도 미세먼지는 다음해 초까지 더 자주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에 비해 따뜻한 겨울 날씨가 해를 넘겨 이어지면서 반복적으로 대기 정체를 일으킬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12월 기상 원인과 전망’ 자료를 보면, 올해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다른 해보다 올라가면서 이동성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계속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이동성 고기압이 시베리아 쪽의 찬 공기가 밑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으면서 올 겨울 기온을 높이고 있다. 기상청은 다음 해 1월 중순까지는 지금과 비슷한 기압계를 유지하며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월 하순에 접어들어야 점차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와 기온을 떨어트리고 대기 순환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베리아 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는 애초 상대적으로 청정하기도 하고, 더 많은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을 퍼트리는데 도움을 주는 면이 있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 기온역전으로 대기 정체가 일어나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북쪽 찬 공기가 내려와 기온을 떨어트리면 대기 순환이 원활해져 미세먼지 농도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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