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프레용 자이분의 아버지 분미 자이분이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 추모분향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 추모분향소. 김씨의 영정 앞에서 어머니 김미숙씨가 낯선 이의 손을 마주 잡고 ‘말 없는 대화’를 나눴다. 낯선 이의 이름은 분미 자이분(69). 지난달 13일 홀로 컨베이어벨트 업무를 하다가 사망한 타이 청년 프레용 자이분(33)의 아버지다. 회사 쪽은 프레용의 사망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터무니없는 민사배상금으로 졸속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물미와 ‘프레용 경기북부대책위원회’(대책위)가 주장했다. 이날로 프레용이 숨진 지 48일째가 됐지만, 여전히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한 까닭이다.
“어떻게 아픔을 극복하셨나요?” 한참 눈으로 아픔을 공유하더니, 분미가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1년 전) 사고가 난 뒤 엄청 많이 힘들었고, 밥 먹는 것 자체도 아이한테 미안한 상태였어요. 1년이 지났는데도 아픔이 사라지진 않았어요.” 김씨가 답했다. 김씨는 이어서 분미에게 ‘긴 싸움에 잘 대비하라’는 말을 조심스레 덧붙였다. “이렇게 싸우려면 몸이 있어야 싸우니까 먹기 싫어도, 물에 말아서라도, 꾸역꾸역 먹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해야 하니까 싸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지난 1년 동안 아들과 같은 산업재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국을 누빈 김씨는, 아들과 ‘판박이 사고’를 겪은 ‘바다 건너온 김용균’의 아버지와 마주한 일이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그런 김씨가 분미에게 “아들이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분미는 “아들이 힘든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타이로 돌아와라. 내가 대신 가서 일하겠다’고 말했었다. 아들은 나이가 많은 나와 다리가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일했다. 한달에 140만원을 벌면 거의 다 부모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프레용 자이분의 아버지 물미 자이분이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 추모분향소 천막에서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달 15일 겨울옷 하나 챙기지 않고 급하게 한국에 온 분미는 이날 죽은 아들이 입었던 점퍼를 입고 김씨와 만났다. 분미는 아들의 회사가 제시한 민사배상금 3천만원을 두고 “일하다 손가락이 잘린 사람도 8천만원을 받았다고 해요. 내 아들은 죽었어요. 아들은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프레용의 사망 원인도 규명하지 않고, 사망 2주가 지난 뒤 컨베이어벨트를 재가동했다. 김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 1년 전의 비극을 떠올렸다. “우리 국민도 위험하지만 이주노동자도 많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우리 자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제에요. 자국민이든, 이주노동자든 억울한 일이 널려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끔 국민적 여론이 형성되길 바랍니다.”
50분가량 진행된 대화를 마무리하며 김씨는 분미의 두손을 꽉 잡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아요.” 이에 분미는 김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답했다. “도와주는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다른 이주노동자를 위한 일을 도와주시면 옆에서 그 길을 따라가겠습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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