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 체육선수 ㄱ씨는 훈련 중 감독에게 험한 말을 듣는 일이 잦았다. 훈련을 따라가는 속도가 늦거나, 동작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감독은 화를 냈다. 그러나 인지력이 다소 뒤처진 ㄱ씨는 “감독이 평소에는 잘 해주다가 간혹 혼을 낼 때,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말했다. 그의 체형을 두고 동료 선수들의 괴롭힘도 계속됐다. 결국 ㄱ씨는 운동 종목을 바꿔야 했지만, 그는 “새로운 종목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체육선수 22.2%는 폭력과 학대 피해를 경험하고 9.2%는 성폭력 피해까지 겪은 걸로 나타났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장애인 체육선수 1554명을 대상으로 인권 상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2012년 인권위의 권고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직접 실시한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실태 조사 당시 ‘성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누구도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0.0%)고 답한 것과 확연히 다른 결과다. 인권위는 이같은 결과를 두고 “내부의 문제를 발설하지 못하는 체육계의 구조적 폐쇄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성폭력 피해 중에서도 강체추행과 성폭행을 포함한 육체적 성폭력을 당했다는 선수의 비율은 5.7%에 이르렀다. 6.1%는 언어적 성폭력이나 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한 선수는 “지체장애인이 성폭력 피해를 입어 운동부 안이든 밖이든 도움을 청하더라도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 사실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어떤 도움도 받기 어려운 것이 장애인이다”라고 털어놨다.
선수들은 폭력 가해자의 50.0%는 감독
과 코치, 32.0%는 선배 선수라고 답변했다. 피해자 중에서 운동부 안팎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5.5%로 매우 낮았는데 ‘보복이 두려워서’, ‘선수 생활에 불리할까봐’라는 응답이 전체의 36.0%를 차지했다. 실제로 체육계의 다른 지도자나 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이들 중 67.3%는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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