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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습기를 사는건지, 마스크를 사는건지

등록 2020-02-26 15:18수정 2020-02-27 02:42

“상품 구매시 KF94 10장 증정”
마스크 대란 틈타 ‘끼워팔기’ 급증
사재기 선점 뒤 마케팅 이용 의혹
일부 언론 ‘구독 사은품’ 내걸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미끼성’ 사은품으로 내거는 기업과 일부 언론의 상술이 빈축을 사고 있다. 업체들이 마스크를 ‘사재기’한 뒤 마케팅에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네이버 등 각종 포털에서 마스크를 검색하면,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등 다양한 상품에 케이에프(KF)94 방역마스크를 끼워 파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정작 케이에프94 마스크를 따로 판매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 12만원 상당의 공기청정기나 4만9천원 정도의 차량용 공기청정기 등을 구입하면 마스크 10장을 함께 준다는 것이다. 현재 케이에프94 마스크는 1장당 3천원을 줘도 사기가 쉽지 않다. 업체들이 불필요하게 마스크를 선점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마트 일부 지점 역시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해당 지점을 ‘단골 점포’로 설정하는 등 행사에 참여하면 케이에프94 마스크 10장을 준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겨레>에 “해당 점포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증정용 제품이어서 법적으로 판매도 할 수 없다. 시기를 고려해 고객들에게 주는 거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최근 “구독료 자동이체를 하면 마스크 세트를 드린다”는 사은 행사를 신문에 공지했다가 입길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이 언론들이 기업이나 시민들의 ‘마스크 사재기’ 행태를 비판하고, 심지어 정부의 마스크 배포를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은 정작 마스크로 장사를 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이런 행사를 두고 “마스크 구하는 게 정말 하늘의 별 따기…. 도매상가 뒤져봐도 최저가 찾는 게 너무 힘들다”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사야지 생각은 했지만 미뤄왔다. 마스크를 사고 공기청정기는 사은품이다 생각하려고 한다. 상황이 어이가 없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직장인 이아무개(37)씨도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급하게 뒤지는데, 낚시성 상품들을 클릭하게 돼 짜증스러웠다. 이런 상황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업체들의 마스크 ‘끼워팔기’가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23조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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