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가족이 특정 종파가 아니라고 해서 해당 교수를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27일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신학과 조교수로 일하고 있는 ㄱ씨는 지난해 3월 부교수 승진 서류를 학교 쪽에 제출했지만 심사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ㄱ씨의 가족들이 캐나다에 살면서 다른 교단의 교회에 다니고 있어 이 대학 재단이 속한 교단에 속해있지 않다는 까닭에서였다. 이 학교는 “전 가족이 (이 대학이 속한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자는 부교수 이상 승진 임용할 수 없다”는 ‘교원인사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ㄱ씨는 “대학 쪽이 인사규정에서 부교수 이상 승진‧임용조건으로 특정 종교에서 교수의 모든 가족이 신앙생활을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고, 가족들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대학교가 요구하는 종교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대학 쪽은 인권위에 “특정 종교 정신에 따라 대학을 설립했고 신학교육을 정관에 명시했으며, 교수초빙 공고 시에도 ‘최초 임용 시 신학대학교회 출석이 가능한 자’와 ‘본 학교법인이 요구하는 자격사항에 동의하는 자’로 공고하고 있으며, 관련 교원인사규정을 개정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특정 종교 정신에 따라 신학교육 및 고등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종립학교의 경우, 특정 종교 신자가 아니어서 업무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채용시 지원 자격을 특정 종교 신자로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부교수 이상 승진·임용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면 되는 것임에도, 승진·임용 요건으로 ‘교원의 모든 가족이 특정 종교에서 신앙생활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가 고용관계를 이유로 교원 가족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가족상황 및 종교를 이유로 한 고용(승진)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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