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 요구 여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강제수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신천지가 신도 명단을 누락하는 등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며 강제수사 착수를 압박하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강제수사가 방역에 방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방역에 도움이 되는 검찰권 행사’를 기조로 방역당국과 조율해 수사를 신중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2일 서울시가 신천지 교주 이만희(89) 총회장을 비롯해 신천지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상해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코로나19 대응 티에프(TF)’의 사건대응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이 회장 등을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박승대)에 배당하고 고발인 조사 등을 진행한 바 있다. 검찰은 서울시 고발 자료 등을 검토한 뒤 사건 이첩 여부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여권에서는 검찰의 신천지 수사 속도가 느리다며 서둘러 강제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병 후보(변호사)는 본인 페이스북에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위해서는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이슈에는 최고 권력자처럼 굴던 검찰이 이럴 때 존재감이 없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법무부 또한 최근 일선 검찰청에 신천지의 방역 방해가 있을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엄정 대처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방역당국은 섣부른 강제수사가 방역에 방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강압적인 조처로 인해 신천지 신자가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도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를 접촉해 “신천지 명단을 전수조사 해보니 누락된 것이 없어 보인다. 강제수사보다 진단과 방역이 급선무”라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강제수사’로 신천지를 압박하는 여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회 회장)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해온 여권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방역의 도구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일선 검찰청이 신천지 관련 강제수사에 착수할 때 사전에 협의하는 등 수사에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가 방역에 방해가 안 되게끔 질서정연하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재우 황춘화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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