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견직으로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시기에 팀장님이 연락하고 자꾸 만나자고 하셨어요. 고가의 선물을 돌려드리는 과정에서 굉장히 기분 나빠하면서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해서 목소리를 낸 것 같습니다. 이후 팀장님이 (회사에) 문란하다며 악의적인 소문을 냈고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 심적으로 되게 힘들었습니다.”
#2.
“승진 심사를 앞두고 있어서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어요. 인사상 불이익을 받으면 저는 끝나거든요. 어디에 말도 못하고 계속 당하는 거예요.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신고할 엄두는 안 나거든요. 얘기해봤자 나만 힘드니까….”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다니는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하고 이 중 절반이 2차 피해 등으로 이직이나 경력단절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누리집에 지난 23일 게재된 ‘성희롱 구제조치 효과성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성인 남녀 근로자 2000명 가운데 43%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 23%는 ‘일을 그만두고 쉬고 싶다’고 답했고, 28%는 ‘이직하고 싶다’고 응답하는 등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성희롱 피해로 인한 부정적인 고용변동 의사를 밝혔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2차 피해 등으로 대인관계나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자 중 44%가 수면장애, 섭식장애 등 성희롱 피해로 인한 ‘신체적 어려움’을, 53%가 분노와 수치심 등 ‘정신적 어려움’으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성희롱 피해 뒤 직장 내 따돌림이나 불편한 시선 때문에 업무 협조가 어렵다는 응답도 37%를 차지했다. 반면, 피해자의 54%는 피해 발생 직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성희롱 이후 고용변동을 경험한 피해자일수록 이직·경력단절 의사가 높다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나 불이익 조치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가해자-피해자 간 실질적 분리조치와 고충처리 담당자의 성인지 감수성 및 역량 강화, 신고에 따른 불이익과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