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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신중지 수술 중 태어난 아이 ‘살인 의사’에 징역 3년6개월

등록 2020-04-10 20:44수정 2020-04-10 20:47

물 속에 45분간 아이 방치
산모한테서 2800만원 받아

임신중지 수술 과정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산부인과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재판장 김선희)는 10일 살인·사체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윤아무개(65)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윤씨는 지난해 3월 대표원장으로 근무하는 서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임신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임신중지 수술을 하려고 했으나 아이가 살아있는 채로 태내에서 나오자, 약 45분간 아이를 물에 담가놓아 숨지게 했다. 그는 수술실 안 냉장고에 아이의 사체를 넣어 냉동시킨 뒤 정상적인 의료폐기물인 것처럼 수거업체에 넘겨 소각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일이 끝나자 산모는 병원에 2800만원을 지불했다.

윤씨는 재판 과정에서 “태아는 단일제대동맥 증후군(탯줄에 동맥이 하나뿐인 질환)이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살인죄가 되지 않으며, 양동이에 아이를 집어넣기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므로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소한의 의료행위조차 하지 않은 채 살아있는 아이를 곧바로 물이 담긴 양동이에 집어넣고 상당한 기간 방치한 점에 비춰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윤씨가 수사 과정에서부터 간호조무사 및 병원 직원들에게 출산 당시 아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종용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의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하는 등 죄질이 불량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임신중지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업무상 촉탁 낙태죄’ 부분도 인정됐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임신중지 금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입법 개정 시한(올해 12월31일)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를 훨씬 지난 낙태행위까지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살인죄를 법원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2월 산부인과 의사 박아무개씨는 임신 28주의 임산부에게 약물을 투입해 유도 분만하는 방식으로 임신중지 시술을 했으나 태아가 살아서 울음을 터뜨리자 염화칼륨을 주입해 숨지게 했다. 박씨는 항소·상고를 거듭하며 살인죄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살아서 태어난 아이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해 숨지게 한 점은 죄질이 불량하며 신생아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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