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민주 진영이 180석을 확보한 21대 총선에서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견줘 선거 관련 범죄는 적게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사범 1350명(882건)을 단속했다고 16일 밝혔다. 2954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꾸렸던 경찰은 이들 가운데 6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고, 9명을 구속했다. 1116명의 선거사범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174명은 불기소·내사종결 처리했다.
1606명의 선거사범(1114건)이 검거됐던 20대 총선(2016년)과 견주면 선거사범의 수는 256명(15.9%) 줄었다. 이처럼 전체 선거사범의 수가 줄어든 것은 일찍부터 범여권의 승리로 분위기가 기울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별 선거사범 단속 내용을 보면, 서울이 43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남부 188명, 부산 116명, 전남 85명, 전북 7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했던 경합 지역구가 많았던 곳에서 선거사범이 많았다. 20대 총선에선 서울 262명, 경기남부 222명, 경북 157명, 경남 148명의 순으로 선거사범이 많았었다. 20대 총선에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영남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선거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허위사실 공표 등 ‘거짓말 선거’가 317명(23.5%)로 가장 많았다. 현수막·벽보 훼손 230명(17%), 후보자 폭행 등 ‘선거폭력’ 116명(8.6%), 금품선거 109명(8.1%), 명함·전단지 등 불법 인쇄물 배부 102명(7.6%) 순으로 파악됐다. 엄밀하게 선거사범은 선거법상 절차를 위반하는 ‘행정범’과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부패, 폭력행위를 하는 ‘형사범’으로 나누지만 수사당국은 모두 합쳐 ‘선거사범’으로 부른다.
코로나19로 후보자가 유권자와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면 선거운동이 줄어든 점도 전체적으로 선거사범의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의 선거사범의 수도 줄어 전체적으로 선거사범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 견줘 선거폭력은 205.3%(78명) 늘고, 현수막·벽보 훼손은 38.6%(64명)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일 오전 한 50대 남성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오세훈 통합당 후보 유세현장에서 흉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유세 차량에 접근하다 체포된 뒤 구속된 사건이 있었고, 신지예(서울 서대문갑 무소속) 후보와 신민주(서울 은평을 기본소득당) 후보 등 페미니즘을 표방한 여성 후보들의 벽보 훼손 사건도 있었다.
경찰청이 이날 발표한 자료는 선거일인 15일까지 집계된 내용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선거사범의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이후에도 후보자들이 축하·위로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선거사건 공소시효가 6개월로 단기인 점을 감안해 수사 중인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선거일 이후 발생 사건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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