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디비(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75) 전 디비(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각 5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구속된 뒤 6개월 만에 석방됐다.
이 판사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등을 토대로 김 전 회장의 강제추행과 간음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피해자와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였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나이 차이가 상당히 크고, 개인적 관계가 아닌 회장과 비서의 관계로 회사 밖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자료가 없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로 진술했거나 무고할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별장 가사도우미인 피해자를 수차례 강제추행 및 간음하고, 비서를 수차례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들은 피고인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이고, 내부적 사정을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한테 용서를 받았고, 75살의 고령인 점 등이 감경 사유로 제시됐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경기도 남양주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7월에는 자신의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다가, 국내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경찰이 그의 여권을 무효로 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 그를 올리자,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자진 귀국해 공항에서 체포됐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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