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참사 피해 유가족의 수사 참여, 이천 화재 계기로 법제화될까

등록 2020-05-11 14:56수정 2020-05-11 21:27

2017년 제천 화재·2011년 춘천 산사태 때
유가족 진상조사 참여, 수사에 결정적 기여

대형 참사 조사 상설기구에 유가족 참여 방안
유가족 ‘정보즉시요구권’ 명시한 입법 제안도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건설현장 화재 참사 현장에 2일 오후 출입통제 선이 둘러져 있다. 이천/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건설현장 화재 참사 현장에 2일 오후 출입통제 선이 둘러져 있다. 이천/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달 29일 발생해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건설현장 화재 참사의 유가족들이 진상조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참사 유가족들의 수사 참여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종필 이천 화재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7일 <한겨레>에 “유가족들이 직접 현장조사 참관을 하고 싶다는 뜻을 경찰에 전했으나, 수사 중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추후 수사 과정에 참여하고자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7년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진상조사 과정에서 ‘소방헬기가 화재를 키웠는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소방당국은 “헬기가 사고 현장에 근접비행하지 않았고 하강기류도 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직접 인근 마트의 폐쇄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확보해 소방헬기가 건물 가까이에 접근하면서 발생한 바람이 화재를 키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1년 강원도 춘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대학생과 민박객 등 13명이 숨진 참사에서도 유가족들의 참여가 빛을 발했다. 춘천시는 산사태의 원인을 폭우로 인한 ‘천재지변’으로 결론냈다. 이에 유가족들은 직접 마적산을 여러 차례 오르내리며 사고 원인을 찾았고, 결국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남긴 참호, 부실한 건축 인허가 절차 등이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미국 9·11 테러 참사에서 유가족들이 압박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이들은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공개해 전투기가 늦게 출동했다는 등의 진실을 밝혀냈다.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를 대리한 홍지백 변호사(법무법인 나눔)는 “유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증거를 채집하고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해 수사를 촉구했다”며 “수사당국이 확보한 관련자의 진술과 차이가 있는 새로운 증거들이 많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유가족들이야말로 어느 수사기관보다 이해관계가 없다. 오직 진상규명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직접 수사나 조사에 참여할 법적 권리가 보장돼 있지는 않다. 현장조사 동행, 수사 상황 비공개 공유 등은 수사기관의 재량이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에 유가족 추천 위원 3명이 들어가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유가족들의 자문을 공식적으로 받는 것은 세월호특별법 등 특별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참사에서의 유가족 참여를 명문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장 오세범 변호사는 “‘유가족, 피해자가 요청하면 수사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만 하나 들어가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증거인멸 등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외된다’는 단서 조항을 넣으면 입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이 정부와 수사기관에 정보를 요청하면 즉각 받을 수 있는 ‘즉시정보요구권’을 입법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현근 변호사는 “유가족들이 정보를 받지 못해 진상규명 과정에서 많은 억측과 갈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피해자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대형참사 원인 조사 독립 상설기구를 제안한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직접 수사권을 갖고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사의 방향이 제대로 됐나 혹은 수사가 부족한 것이 없나 옆에서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1.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2.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3.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4.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공룡 물총 강도에 “계몽강도” “2분짜리 강도가 어디 있나” 5.

공룡 물총 강도에 “계몽강도” “2분짜리 강도가 어디 있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