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여성인 티아라(가명)는 40년 넘게 살아온 고국을 떠나 한국에 왔다. 고국에선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흉기로 위협당하거나, 성폭력을 당할 위험이 상존했다. 가족마저 “네 가슴에 넣은 보형물을 빼지 않으면 내가 직접 빼겠다”고 위협하자 티아라는 도망치듯 집을 나와 ‘난민’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친구의 추천을 받아 선택한 한국에서 티아라는 처음부터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난민 인정을 받으려 만난 법무부 소속의 심사관은 성소수자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심사관은 다짜고짜 티아라에게 “왜 트랜스젠더를 하느냐”고 물어왔다. 이어진 질문은 더 황당했다. “남자와의 성경험은 언제 했느냐”는 것이었다. 수치심을 주는 질문이지만 박해를 받은 걸 증명하려 그는 용기를 냈다. “11살쯤, 보이스카우트 캠프에 갔을 때 선생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
대답이 끝나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심사관과 통역자가 티아라의 고백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심사관은 “그 선생이 당신한테 처음 성에 대해 가르쳐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티아라는 “심사관들이 무례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고 떠올렸다.
티아라에게 국한된 경험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성소수자 난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심사관들이 인권 침해적인 난민 면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난민의 날(6월20일)을 앞둔 18일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설명을 들어보면, 성소수자 난민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활동가들은 “난민 면접에서 성소수자들은 대부분 성생활과 관련된 노골적인 질문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상인’이 되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느냐” “성관계를 할 때 여러명과 해본 적 있느냐”는 등 2차적인 심리 피해를 유발하는 질문들이다.
전수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성소수자는 문란하다’는 편견 아래 성적으로 노골적인 질문을 하는 건 인간 존엄과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심사관에게) 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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