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31일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 ‘인천 퀴어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선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 ‘주피터’ 제공
지난해 성소수자 축제에 참석한 목사가 ‘동성애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서게 됐다. 감리교 내 헌법과 같은 ‘교리와 장정’ 재판법이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직·면직·출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21일 기독교 교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심사위)는 지난해 8월31일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 ‘퀴어문화 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를 종교 재판에 넘겼다. 이 목사는 당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 교인들을 축복하는 의미로 꽃잎을 뿌렸다. 이후 일부 교인들을 중심으로 ‘이 목사의 행동이 감리교 재판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는 세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이 목사에게 경위서를 요구하며 ‘찬반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했다.
이 목사는 지난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격심사위에선 주로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 ‘동성애를 찬성하냐 반대하냐’고 집요하게 추궁했다. 그럴 때마다 ‘동성애는 찬성·반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자격심사위는 이 목사에게 ‘동성애 찬성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이에 대해 “퀴어문화 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한 데 대해 죄라거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조항을 어긴 것에 대해 타협으로 처벌을 피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한 것만으로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감리교법을 두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조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5년 이 조항이 만들어질 때에도 감리교 내 성소수자 단체를 중심으로 신설 반대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후 이 조항 때문에 감리교신학대학에서 성소수자 관련 행사가 취소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 이 목사가 처벌을 받게 되면 ‘성소수자 지지’를 이유로 교인이 교단 내에서 처벌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이 목사는 “숨죽이며 사는 성소수자가 교회 안에 많은데, 이렇게 공식적으로 성소수자를 쫓아낼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겠나. 반드시 철폐 또는 개정돼야 하는 악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의 재판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법이 반드시 개정되는 데까지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국회가 서둘러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교회일지라도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혐오·배제하는 발언·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짚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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