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등이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아시아나케이오 하청 노동자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엄정한 판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재구 기자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KO)’ 노동자였던 김정남(59)씨는 정년을 한해 남긴 올해 직장에서 해고됐다. 영예로운 정년을 맞을 줄 알았던 김씨는 함께 해고된 동료 5명과 땡볕 아래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반년 전 국내에 발생한 코로나19가 그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 ‘무기한 무급휴직이냐, 희망퇴직이냐’. 갈림길에서 사쪽에 제3의 선택지를 달라고 한 대가였다.
“회사도 정부도 해고에 대한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5월부터 55일째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앞에서 거리 농성 중인 이들은 7일 <한겨레>에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50대인 이들 해고노동자들은 “육십 평생에 거리 농성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계월(57)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불편하다. 몸도 망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회사만큼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한 건 감염병이란 ‘재난’ 상황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품어주지 않는 국가다. 두달 동안 고용노동청,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찾아 해고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관은 없었다. 김정남씨는 “어느 곳에서도 답변이 없었다. 회사를 찾아가자 무단침입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공권력은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단 한 평의 공간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는 5월18일, 지난달 16일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을 철거했다. 도로교통 안전과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들었다. 김하경(58)씨는 “경찰이 농성장 주변을 둘러싸서 우리를 지켜준다 생각했는데 아시아나 본사 건물을 지키고 있던 것이었다. 공권력이 해고된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거대 자본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농성장이 철거된 공간에 1인용 텐트를 치고 위태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 싸움은 단지 우리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고에 내몰리는 취약한 노동자들을 위한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김정남씨는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지노위(지방노동위원회)가 서둘러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청소와 수화물 분류 작업을 맡고 있는 하청업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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