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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성비서 와야 시장님 마라톤 기록 잘 나온다며 출근 강요”

등록 2020-07-16 21:24수정 2020-07-17 11:41

“서울시 비서실내 성희롱 만연” 피해자쪽 추가 폭로
시장 샤워하면 속옷 갖다주고
낮잠 깨우는 일도 항상 떠맡겨
“여성비서가 깨워야 기분 안나빠”
인사이동 요청은 번번이 좌절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 여성의 편지를 대독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 여성의 편지를 대독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고소한 피해자 쪽이 성희롱 정황을 추가로 폭로했다. 그는 여성단체들을 통해 박 시장만이 아니라 서울시장 비서실에 성희롱이 만연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와 공동 대응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오후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만연했던 성희롱·성차별 정황을 공개했다. 보도자료를 보면, 박 시장은 매일 아침저녁 혈압을 재는데, 항상 피해자를 포함한 비서실 여성 비서가 혈압을 재는 업무를 맡아야 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가족이나 의료진이 혈압을 재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지만 박 시장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자기(피해자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라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여성단체들은 밝혔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서울시장 비서실이 일상적인 성차별, 성희롱에 노출된 일터였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오는 서울시 공무원 등이 박 시장의 기분을 여성 비서에게 물어보며 ‘기쁨조’,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 등은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 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여성단체들은 밝혔다. 또 비서실에선 “박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는 이유를 대며 여성 비서에게 박 시장이 마라톤에 나서는 주말 새벽 출근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비서실의 여러 정무직 보좌진들은 “성희롱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여성단체들은 “비서실은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운동을 마치고 나서 시장실에서 샤워를 하면 매번 속옷을 갖다줘야 했고, 벗은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시장 공관으로 보내야 했다고 한다. 또 시장실에 딸린 내실 침대에서 박 시장이 낮잠을 자고 있으면, 이를 깨우는 일도 항상 여성 비서가 맡아야 했다. 일정을 함께하는 남성 수행비서가 깨우는 게 효율적이지만, 비서실에서는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여성 비서에게 박 시장을 깨우는 일을 맡겨왔다고 한다.

일상적인 성희롱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는 6개월마다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번번이 좌절됐다. 박 시장은 서울시에 ‘승진 뒤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만들었지만, 피해자는 승진 뒤에도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없었다. 박 시장 쪽이 인사이동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비서실을 떠난 피해자가 올해 2월 다시 비서 업무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으니 고사한다”고 말했는데도 인사 담당자가 자초지종을 파악하지도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서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단체들은 “서울시 여성 직원들에게 성희롱, 성폭력 사례가 일상적으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직원은 유·무형의 불이익을 우려해, 비정규직 직원은 재계약·재고용 등 일신상의 신분 유지 불안을 이유로 신고하기 어렵다”고 이들은 밝혔다.

아울러 여성단체들은 “시장 비서실 업무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었다”며 “이는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 이는 성차별이며, 성폭력을 조장, 방조, 묵인,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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