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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인순 의원 ‘피해자 고소’ 미리 알았나

등록 2020-07-18 04:59수정 2020-07-18 14:17

박원순 시장 실종 날 정무라인 비상
‘임순영 특보 등 전날 회의 참석자와
남 의원도 미리 알고 있다’ 내용 공유

‘언론 보도 보고서야 고소 알았다’
서울시 관계자들 이전 해명과 배치
남 의원, 당 최고위 불참 연락 끊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상으로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한 당일 박 시장이 관련 움직임을 알게 된 경위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청 안팎에선 ‘첫 보고자’로 지목된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뿐 아니라 임 특보가 한때 보좌관으로 일했던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이런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남 의원은 17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외부 연락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임 특보는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된 당일인 8일 오후 박 시장에게 관련 보고를 했고 이날 밤 박 시장, 비서실 직원 2명과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튿날 오전 9시께 전날 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고한석 비서실장이 공관을 찾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박 시장과 상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았고, 사임할 테니 준비하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오전 10시44분 공관을 떠난 뒤 그날 자정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11시 이후부터 박 시장과 연락이 잘 닿지 않자 정무·정책라인 주요 인사들 사무실이 있는 시청 6층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때 피해자가 누구인지와 고소 등이 거론됐는데, 이 사안을 ‘임 특보 등 전날 밤 대책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먼저 알고 있었고, 남인순 의원도 이미 알고 있다’는 내용도 공유됐다고 한다. 언론에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보도되기 전이다.

이는 ‘박 시장이 실종된 날 저녁에야 언론 보도를 보고 고소를 알았다’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해명과 배치된다. 고 실장도 지난 15일 경찰 조사 뒤 ‘임 특보가 (피소 사실을) 보고한 걸 알고 공관에 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민주당도 고소 움직임을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피해자 쪽은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이 고소를 미리 파악했다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 증거인멸 기회가 주어진 걸 목도했다”고 비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고소인이 망인이 돼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절차를 진행하지 못한다”며 “피고소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로 더한 고통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임 특보가 시청 직원인 피해자의 움직임을 가해자로 지목된 박 시장에게 먼저 전달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는 정보 출처에 입을 다문 채 16일 사직원을 제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에서 일한 임 특보는 2012년부터 지난해 1월 서울시 젠더특보에 임용되기 전까지 남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했다. 남 의원 역시 여성단체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최고위원 겸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는 임 특보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사직원을 수리하는 대신 대기발령을 냈다.

한편 남 의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회의에 남 최고위원이 안 나온 이유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한겨레> 전화를 받지 않고, ‘연락을 바란다’는 문자 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실 관계자는 남 의원의 소재를 묻는 말에 “모른다. 나가달라”고 말했다.

임 특보 외에 박 시장이 다른 경로로 고소 사실을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 움직임이 인지된 뒤 시청 ‘6층’에서 ‘경찰이 청와대로 고소 사건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과 청와대 모두 고소 사실을 서울시 쪽에 알리지 않았다며 부인한 바 있다.

송경화 이지혜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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