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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신당뇨인데 인슐린 못 구해…” 집단 휴진에 발구른 시민들

등록 2020-08-14 16:24수정 2020-08-23 13:19

“귀아파 병원 네 곳 찾았는데 모두 휴진
…나이 든 사람 고생시키지 말아야”
“고혈압인데 다니던 병원 휴진”
집단 휴진에 곳곳서 허탕친 시민들
대형병원엔 시민 몰려…병원 앞에선 전공의들 시위 벌이기도
14일 한 의원에 붙은 휴진 안내문. 연합뉴스
14일 한 의원에 붙은 휴진 안내문. 연합뉴스

“8월14일∼17일까지 휴진합니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ㄱ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은 최아무개(86)씨는 병원 앞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발을 굴렀다. 귀가 아파 급히 병원을 찾았는데 문을 닫은 탓이다. 이날 전국 의료기관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에 반대해 집단 휴진을 벌였다.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최씨는 인근 이비인후과 네 곳을 찾았지만, 모두 휴진 안내문을 붙여두고 문을 닫아 홍대입구역까지 15분여를 걸어왔다. 그는 “어제부터 소리가 잘 안들리고, 아프고 간지러워서 병원을 찾았다”며 “우리 같이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지, 어느 병원이 여는지 닫는지 알 수가 없다. 왜 파업하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늙은이 고생시키진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31.3%가 휴진에 참여한 가운데 최씨처럼 집단 휴진 소식을 알지 못한 채 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속출했다.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 있는 한 내과 의원에 방문한 60대 환자는 “고혈압으로 평소 다니던 병원인데 쉰다고 해 돌아가는 중이다. 다른 병원은 가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당역 인근 내과 의원 건물 관리인은 “내과에 왔다가 돌아가는 환자들 많았다”고 전했다.

의원들은 대부분 ‘집단 휴진에 동참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붙이는 대신 1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생긴 연휴를 명분삼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한겨레>가 이날 서울 종로구·마포구·서대문구·동작구 등에서 휴진한 의원 20여곳을 찾으니, 대부분은 병원 앞에 ‘여름휴가’라고 적은 안내문을 붙이고 휴진중이었다.

서울성모병원 입구 쪽에서 팻말들고 시위하는 전공의들. 전광준 기자.
서울성모병원 입구 쪽에서 팻말들고 시위하는 전공의들. 전광준 기자.

인터넷 카페에도 주로 찾던 의원을 찾으려다 휴진으로 병원에 가지 못해 갑갑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당뇨가 있는 임신부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맘카페에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데 원래 가던 내과가 휴진이라, 다른 내과에서 처방받았다. 원래 가던 병원에선 인슐린을 줬는데 그 인슐린을 찾으러 약국 탐방 다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의 한 회원은 “저희 애 코감기가 심해서 다니던 병원을 가야 하는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밤늦게 일하고 봐줄 사람도 변변치 않아서 겨우 시간을 짜내 병원을 가려하는데 ‘멘붕’이다. 황당하다”고 글을 올렸다. 임신 중이라고 소개한 이 카페의 또다른 회원은 “골반도 아프고 배가 뭉쳤다. 다니는 병원이 휴진이라 외래진료를 보러 갈 수가 없는데 다른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나”라고 문의했다. 강원도 강릉시의 주민 카페에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때문에 피부과 두 곳에 전화했는데 다 휴진이더라. 혹시 진료 볼 수 있는 병원 있으면 알려달라”고 올렸다.

휴진에 동참했지만, 응급환자를 위해 일부 응급 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개인 병원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한 내과의원은 이날 일반 진료를 하지 않지만 신장 투석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일부 간호사를 출근시키고 인공신장실을 개방했다.

이날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대형병원들엔 환자가 몰려 북적였다. 서울성모병원엔 아침 9시부터 1층 로비에 외래환자가 가득차 있었다. 이 병원 전공의들은 병원 밖에서 ‘결정하고 이제 와서 의사증원 전면 재논의’, ‘무분별한 지역논리 부실의대 재연말라’ 등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도 전공의들이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다.

채윤태 전광준 배지현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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