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부 ‘정보공개포털’에 최근 개인 신상정보가 담긴 경찰 수사보고서와 119 구급일지 등이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들이 일반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8일 정보공개포털 ‘대국민공개정보’에는 수도권 경찰서의 변사사건 관련 ‘내사결과 보고서’ 2건과 고소장, 전남 한 경찰서의 ‘교통사고 사망사건’ 기록, 서울지역 소방서의 ‘구급활동 일지’ 등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 10여개가 올라왔다. 사망진단서, 부검결과서, 사건현장 사진이 첨부됐고 사망자, 환자, 고소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환자의 병명 등 민감한 정보들이 그대로 노출된 채였다.
지난 3일 개편된 정부 정보공개포털에 노출된 서울 한 소방서의 구급활동일지. 환자의 개인 신상정보와 질환 등이 모두 기재됐다.
이 사고는 지난달 3일 개편한 포털의 변경 사항을 숙지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빚은 실수라는 게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기존 포털에서는 민감한 개인정보는 정보공개 청구인과 관계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됐지만 포털을 개편하면서 담당 공무원이 해당 정보를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새로운 체계를 숙지하지 못해 실수로 전체공개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개편된 정부 정보공개포털에 노출된 수도권 한 경찰서 내사보고서. 내사보고서에는 주민등록번호, 나이 등 개인 신상정보가 모두 기재돼 있었다.
정보공개센터가 지적하고 나서야 담당 부처인 행안부는 지난 8일 이 문건들을 “비공개 조처 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겨레>가 확인해보니 개인정보들은 검색어를 넣으면 여전히 확인할 수 있는데다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었다. 개인정보 보안 절차를 강화하지 않는 한,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정부가 단순히 ‘클릭’ 한번으로 개인정보를 전체공개 할 수 있도록 누리집을 개편한데다 일관된 원칙 없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개별 기관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공개할 우려가 있다. 올해 나랏돈 24억원을 들여 포털을 개편했지만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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