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와 코로나19’ 온라인 세미나에 참여한 엄채원양.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이후 모든 학교와 교회가 닫았습니다. 정훈이는 한끼에 단돈 4천원으로 매일 세끼를 해결해야 합니다.” 박윤아(12)양은 같은 또래인 정훈(가명·11)이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생겼다. 조손가정에 사는 정훈이는 대개 아침을 굶고 등교해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주말엔 교회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학교와 교회가 문을 닫고 정훈이가 밥을 먹을 곳이 없어진 것이다. 윤아는 정훈이를 생각하며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결식아동 봉사단’을 만들거나, 자판기를 이용한 ‘결식아동 전용 급식실’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를 반년 넘게 겪고 있는 10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월드비전이 지난 15일 오후 유튜브 등을 통해 진행한 ‘아동권리와 코로나19’ 온라인 세미나에서다. 지난 14일 인천에서 ‘비대면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은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중화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가운데, 10대들은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이 외부와 차단되면서 학대나 방임 상태에 놓인 아이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준석(15)군은 “아이들은 가정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학교에 가지 못해 선생님의 관심도 받을 수 없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단이 차단돼 있다. 우리가 서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유빈(15)양도 “부모님이 모두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은 집에 혼자 있어 돌봐줄 사람이 없다. 집에 혼자 있는 아이는 혼자 끼니를 해결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렵다”며 “이런 아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빈곤가정이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자녀 돌봄이다. 월드비전이 지난 5월 빈곤아동 보호자 106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생계유지’가 60%로 가장 많았고, ‘자녀 돌봄·교육’이 28%로 뒤를 이었다. 자녀 돌봄·교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48.6%는 ‘교육 격차의 증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걱정했고, 27.5%는 ‘돌봄 부담 증가, 아이가 홀로 있는 시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10대들 역시 교육 환경에 따라 학업 격차가 벌어질 수 있으며 이미 학교에선 그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엄채원(15)양은 “강원도와 같이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일수록 선생님과의 대면수업이나 교육지도가 꼭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들 간의 학력 편차가 심화되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수민(13)양도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우리는 듣고만 있어서 재미가 없다. 10분만 지나도 딴생각을 한다. 일방적인 대화로 소통 없이 수업받는 것이 무슨 학교일까”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