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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낙태죄 유지한다고?…14주 이내 허용설에 여성들 뿔났다

등록 2020-09-24 17:54수정 2020-09-25 02:14

헌재 ‘헌법 불일치’ 연말 입법 시한

정부, 헌재 결정 이후 1년반 침묵
최근에야 ‘부분 유지’ 논의 알려져

여성단체들 “여성 처벌조항 두겠다는 것
공공의료체계 내 임신중지 보장을”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 회원 및 관계자들이 낙태죄 전면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 회원 및 관계자들이 낙태죄 전면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낙태죄의 위헌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달리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 이내’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여성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년 반 넘게 대체 입법을 미뤄온 정부가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여성의당은 성명을 내어 “산모의 안전과 같은 이유로 낙태죄를 존속시키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임신,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며 “(임신 14주를 낙태죄 처벌 기준으로 한다면) 낙태죄의 비범죄화가 아닌 일종의 절충안이기에 헌재 결정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4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대체 입법에 나서야 하지만 17개월 동안 침묵해왔다. 21대 국회 들어 낙태죄 관련 법안은 하나도 발의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들이 임신 14주 이내 임신중지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3일 한국여성민우회 등 20여개 여성단체가 꾸린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도 성명에서 “낙태죄 유지는 어떻게든 법에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남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다시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임신중지를 공공의료체계에서 안전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임신 주수에 따라 제약을 두면 오히려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시기를 놓쳐 낙태죄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임신 14주면 일반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라며 “정신지체장애가 있거나 의료 취약지역에 거주할 경우엔 처벌 대상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임신 14주를 넘어선 임신중지는 위험하므로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의료기술 발달로 주수에 따른 위험도가 많이 낮아졌다. 더 안전한 임신중지를 제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낙태죄 조항을 유지하고 임신 주수를 처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와도 어긋난다. 양성평등위는 “획일적인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형벌을 면제 및 부과하는 것은 명확성에 어긋나 타당하지 않다”며 낙태죄 폐지 의견을 밝혔다.

정부가 낙태죄와 관련해 처벌 여부와 범위에만 초점을 맞출 뿐, 정작 여성 건강권을 위한 후속 조처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임신중지가 허용되기에 앞서 정부는 유산유도제 도입, 의료보험 확대, 성교육 개선 등 폭넓은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입법 시한을 3개월 남겨둔 지금까지도 전혀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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