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인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행위극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해온 여성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고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한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입법예고안의 뼈대는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고,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낙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4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11일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하거나 임신 여성의 승낙을 받은 의사가 낙태하는 것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270조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잉 침해해 위헌이므로 2020년 12월31일까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 조처다.
정부 입법예고안에서 드러난 낙태 허용 기간인 임신 14주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 의견에서 “임신 14주까지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22주로 제시했다.
여성계는 그동안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또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낙태죄를 처벌하는 것은 개인마다 신체적 조건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지속해서 제기했다.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지 말고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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