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삼성서울병원이 외주 용역 명목으로 삼성 계열사에 최근 2년 동안 2천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준 의혹(<한겨레> 8일치 9면 보도)과 관련해,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단가 비교를 통해 계열사와 거래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박 장관은 이날 삼성서울병원이 삼성 계열사에 2019년에만 1400억원의 용역비를 과다 지출한 것을 두고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 단원갑)이 “이상한 거래”라며 의견을 묻자,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겠지만 외형적으로 상당히 그런 것 같다”고 답변했다. 고 의원은 삼성서울병원이 계열사에 용역비를 과다 집행해 장부상 순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 결국 법인세를 면제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4년 동안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박 장관은 또 고 의원이 삼성서울병원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복지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잘 안 되고 있는데, 향후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좋은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대처 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공정거래법에는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특수관계인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지난 7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 단원갑)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인 의원실 제공
앞서 고 의원은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자료 등을 분석해 삼성서울병원이 2018~2019년 삼성생명보험과 식음 브랜드인 삼성웰스토리, 에스원, 삼성에스디에스 등 24개 계열사에 모두 2666억원을 외주 용역비로 지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삼성서울병원이 2019년 계열사에 지급한 외주용역비 1412억원은 병상 수가 400여개 더 많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전체 외주용역비 827억원보다 585억원 더 많았다.
이날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삼성 계열사와의 용역계약이 입찰을 통한 거래냐”는 고 의원의 질의에 “다른 업체와 비교해서 거래하고 있다”며 “추후 해명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고 의원은 “삼성서울병원에 건보 재정으로 한 해 1조원이 들어가고 있다. 삼성만을 위해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됐을 땐 검찰 고발,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복지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윤리·준법경영을 감독하는 삼성준법감시위의 사전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내부거래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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