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코리아협의회 누리집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한국에 이어 독일 현지 시민들까지 철거 반대 청원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11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청원’이 올라온 독일어 서명운동 누리집(www.petitionen.com)을 보면, 이날 오후까지 1555명이 철거 반대 청원에 서명했다. 한국과 호주, 미국에서 서명한 70명을 제외하면 모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서명이다. 청원인은 “반일 운동이 아니라 평화 공존이라는 명확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외무부, 베를린 상원 및 미테구청에 동상을 제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성명을 내어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소녀상 철거 압력과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의 철거 공문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규탄했다. 정의연은 “시민들의 합의 속에서 건립된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의 철거 요구는 베를린 시민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일”이라며 “유엔(UN) 표현의 자유·여성폭력·문화권 특별보고관에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정의연은 미테구청 주소와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며, ‘소녀상 철거 반대’ 편지·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란 제목의 청원이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아 올라왔다. 청원인은 “순수한 민간단체의 활동으로 지역 자치 기관과 다양한 여성인권 단체들이 연대하여 독일 최초 공공장소에 어렵사리 세워진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외교력에 의해 탄압받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나설 때입니다. 이건 단순히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국격’의 문제”라고 정부의 조처를 촉구했다. 현재 이 청원은 관리자가 내용을 검토 중이어서 게시판에 노출돼 있지 않았지만, 외부 링크로 유입된 이들을 포함해 이날까지 3511명의 동의를 받았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지난 7일 베를린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계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테구청의 소녀상 철거 공문 발송은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에 베를린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한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