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주중 대한민국 대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연구비 명목 등으로 지급된 학교 법인카드를 유흥업소에 사용해 논란이 된 장하성 주중대사가 여러 법인카드로 비용을 나눠 결제하는 ‘카드 쪼개기’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고려대 종합감사 보고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장 대사는 2016년 3월~2017년 4월 사이 6일 동안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279만원을 결제했다. 엿새 동안 두 법인카드로 분할 결제한 횟수는 모두 12번이다.
상세 내용을 보면 장 대사는 2017년 1월2일 밤 9시께 해당 유흥주점에서 모두 46만원을 결제했는데, 행정용 법인카드와 교내 연구비 법인카드로 각 23만원씩 분할 결제했다. 두 카드의 결제 시간은 32초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장 대사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되기 한달 전인 2017년 4월21일에도 밤 11시45분24초, 밤 11시46분17초에 행정용 카드와 교내연구비 카드로 각 20만원씩 결제했다. 장 대사가 결제한 날 모두 교내 연구비 카드와 행정용 카드 두개로 분할결제가 진행됐는데, 이들의 결제 간격은 26초~1분13초 사이였다. 장 대사뿐 아니라 이번 종합감사에서 적발된 고려대 교수 9명은 유흥주점 2곳에서 2625만원을 모두 91차례에 걸쳐 ‘쪼개기’ 결제했다.
법인카드를 유흥업소에 사용하거나 카드 쪼개기로 계산하는 것은 교육부 및 고려대 지침 위반사항이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각 단과대학에 업무추진비 등 부당 집행 사례를 통보하며 유흥주점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했다. 2015년 11월에 마련된 ‘고려대학교 법인카드 사용·관리 지침’도 법인카드를 유흥업종에 사용하는 걸 금지했고 여러 카드로 분할결제하는 ‘카드 쪼개기’도 제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고려대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직교수 등 교직원 13명이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 사이 서울 강남구의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221차례에 걸쳐 6693만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는데, 13명 명단에 장 대사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이들 13명 중 12명에게 중징계를 내리도록 학교 쪽에 요구했다. 장 대사도 중징계 대상에 포함됐지만 지난해 퇴임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불문’(징계하지 않음) 처리된다. 장 대사가 직접 법인카드를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대사직과 관련 없는 개인사”라며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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