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을 라임 의혹과 가족 관련 수사에서 배제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대다수의 검사들과 법률가들은 검찰청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주장처럼 추 장관의 지시가 ‘위법’한 것인지를 두고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의견을 묻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장관이 자기의 입장·의견을 낼 일이 있으면 총장을 통해서 하라는 것이지, 특정 사건에서 총장을 제외할 수 있는 권한이 과연 있냐, 그것은 대다수의 검사들과 법률가들은 위법이라고, 검찰청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근거로 든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법무부 장관이 일선 검찰청의 특정 사건을 지휘하기 위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추 장관이 라임 의혹과 가족 사건에서 자신의 수사지휘권 자체를 박탈했기 때문에 검찰청법 위배라는 주장이다.
윤 총장은 위법이라고 판단했음에도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이거를 법적으로 다투고 쟁송으로 가냐, 안 가냐 문제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법무·검찰조직이 너무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전부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윤 총장 주장대로라면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의 구체적 사건에 연루돼 있는 상황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경우 윤 총장이 수사지휘 회피를 선언하고도 수사의 적정성을 따지려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을 강행해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차장검사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는 “추 장관이 라임 사건 등에서 총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배제하도록 수사지휘한 것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귀결된다”며 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다른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을 어떻게 하라고 지휘할 수는 있지만, 총장이 갖고 있는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8조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총장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근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자체가 전례가 별로 없다 보니 법 해석을 두고도 견해가 갈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그런 모호한 영역에 걸쳐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단정했듯 추 장관의 지시가 위법이라면, 위법한 지시를 수용한 총장의 처신에도 문제가 생긴다. 공무원은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아야 한다”며 “위법 여부를 떠나 정치인인 정무직 장관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특정 수사에 개입하는 상황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