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ㄱ씨는 입사 이후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최근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상사는 “우리 땐 매일 야근했다”며 수시로 야근을 강요했고, 회의 시간엔 ㄱ씨에게 “초등학생이냐, 그것도 못하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소리치기 일쑤였다. ㄱ씨는 견디다 못해 회사 쪽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건 되레 ㄱ씨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많은 직장인이 직장에서 부당한 괴롭힘이 줄었다고 답했지만, ㄱ씨와 같은 ‘20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 시행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 방향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6.9%가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대답해 지난해 조사결과(39.2%)보다 17.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2020년 직장갑질 지수’도 25.6점으로 집계돼 지난해 30.5점보다 4.9점 낮았다. 직장갑질지수는 직장인이 일터에서 겪을 수 있는 부조리의 심각성을 41개 질문 문항으로 조사한 점수다. 지수가 높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함을 나타낸다. 직장갑질119는 “2019년 7월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다소 줄었다는 의미”라며 입법 효과로 해석했다.
하지만 20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설문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감소한 것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답이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뒤 직장 갑질이 줄었나”라는 질문에 여성 노동자의 52.7%, 20대 51.5%, 비정규직 50.8%,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9%, 월소득 150만원 미만 노동자 50.3%가 ‘줄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50대 31.4%, 정규직 38%,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35.6%, 남성 43.1%가 ‘줄지 않았다’고 답한 것과 대조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6%가 “지난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내용을 살펴보면 “모욕 및 명예훼손”이 22%로 가장 많았고 , “부당지시(21.3%)”, “폭행·폭언(13%)”이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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