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시국선언 발표에 참가했다가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점차 확장해 가는 흐름 속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 등 교사 30명에 대해 50∼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 기각 판결을 했다. 2017년 8월 항소심 판결이 나온 뒤 3년만의 대법원 판단이었다. 김 전 위원장 등은 2014년 5∼7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으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3차례의 시국선언을 발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해 노조 해산 위기에 놓이자 ‘조퇴 투쟁’ 등으로 항의한 혐의도 있었다.
쟁점은 이같은 전교조 교사들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의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일반 국민보다 제약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그 제한은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하고, 당시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행위의 동기 등을 고려해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전교조 교사들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드러낸 의사표현이 포함됐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만한 위험을 초래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2심은 “교사들이 시국선언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을 넘어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행위는 교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다”고 해 시국선언 내용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전교조 교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도 있어 대법원이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단독 이규영 부장판사는 “(시국선언에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의 경우,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헌법기관”이라며 “대통령이 이러한 책무를 위반했을 때 주권자인 국민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 공무원의 대통령 퇴진 요구를 곧바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현해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전교조 교사 6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과 달리 이 부장판사는 교사들의 행동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세월호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적으로 보는 입장을 낸 것이 중립의무 위반이라면 사실상 공무원은 정부 정책에 대해 아무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치적 표현이나 정책에 대한 찬반 의사를 폭넓게 표현하도록 하는 현 시대 흐름에서 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를 표현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전교조는 전날 논평을 내 “시국선언은 국민 누구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진상규명과 책임을 촉구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범위 내의 행위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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