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씨제이(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절 등 물량이 몰리는 성수기 때 40% 이상의 택배기사들이 하루 14시간이 넘는 과중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는 택배기사의 주요 일터인 택배 서브터미널 작업장에서 132건의 안전보건 조처 위반도 적발해 처벌했다.
고용노동부는 1일 씨제이(CJ)대한통운 등 상위 4개 택배사를 대상으로 지난 10월21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이뤄진 산업안전보건감독 및 업무여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씨제이·롯데·한진·로젠과 계약해 일하는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업무여건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하루 노동 시간을 묻는 질문에 명절 등 물량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14시간 이상’(41.6%) 일한다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12∼14시간’ 일한다는 답(34.7%)과 ‘10∼12시간’ 일한다는 답(16.6%)이 뒤를 이었다. 92.9%가 ‘10시간 이상’ 일하는 셈이다. 비성수기에도 ‘12~14시간’(42.3%) 노동한다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고, ‘10~12시간’(28.6%), ‘14시간 이상’(17.6%) 등이 뒤를 이었다. 비성수기에도 88.5%나 ‘10시간 이상’ 노동했다. 일주일 노동 일수를 기준으로 보면, 택배기사들은 ‘주 6일 일한다’는 답변이 성수기 84.9%, 비성수기 95.2%로 가장 높았다. 성수기에는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주 7일’ 일한다는 답변도 12.4%나 됐다. 또한 성수기에 배송물량이 급증했을 때 야간업무 등을 통해 ‘본인이 모두 배송’한다고 답한 비중이 77.7%로 다수를 차지했다. 지원 필요 사항에는 ‘추가인력 투입’(46.1%), ‘배송 지연에 따른 불이익 금지’(27.9%), ‘배송물량 조정’(13.5%), ‘배송기한 연장’(7.6%) 등이 꼽혔다.
노동계가 택배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핵심 이유로 꼽은 분류 작업시간의 경우 성수기(62.6%)와 비성수기(44.3%) 모두 ‘5시간 이상’ 걸린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택배노조는 택배기사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로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분류 작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 하고 있는데, 이 작업 때문에 다치는 일만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지난 1년 간 업무 관련 허리, 어깨 등 통증 등을 느낀 주요 원인’으로 33.4%가 ‘분류 업무’를 이유로 들었다. ‘충분한 휴식 미보장’(22.4%), ‘계단 오르내리기 반복’(17.4%) 등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노동부는 서브터미널 44곳과 연계 협력업체 40곳을 감독한 결과, 적발 사항 132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총 2억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서브터미널의 경우, 컨베이어 방호장치 미설치 등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126건을 사법처리했고, 관리감독자 업무 미이행·정기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으로 과태료 6600만원을 부과했다. 협력업체도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법처리 6건, 안전보건교육 및 건강진단 미실시로 과태료 1억3900만원이 부과됐다. 노동부는 택배 대리점 430곳도 감독했는데, 이 가운데 3곳에서 안전조처 위반 5건을 사법처리했다. 또 208개 대리점에 대해 과태료 2억600만원을 부과했다.
서브터미널과 협력업체, 대리점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된 사례는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 미비 및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미실시가 주를 이뤘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는 택배기사 등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감독 결과, 택배기사를 포함한 택배업 종사자에 대한 보호 조처가 미흡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향후 택배업 종사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업계에 지도를 지속하고,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 및 지원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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