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어머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

김용균 2주기 토크 콘서트
김미숙 이사장, 가수 하림 참여
중대재해법…“의사봉 두드릴 때까지 마음 안 놓여”

10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그 쇳물 쓰지 마라 토크콘서트’ 현장. 김용균재단 제공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2018년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 가사를 본 순간 질끈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용균이를 말하는 것 같아서…처음엔 가사를 읽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사실 목소리도 잘 안 나왔어요.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으니까, 막을 수 있는 사고조차 막지 않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니까. 그냥 담담하게 불렀어요.”

10일 저녁 김용균재단은 김용균씨의 2주기를 맞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온라인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현장엔 지난 9월 노동 현실의 변화를 촉구하는 ‘그 쇳물 챌린지’를 기획했던 가수 하림이 김미숙 이사장과 함께 참여했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지난 2010년 충남 당진의 한 철강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김아무개(29)씨를 기리며 한 누리꾼이 쓴 글에 하림이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많은 이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가사를 손글씨로 쓴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의 해시태그를 다는 식으로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첫 주자로 나섰다.

‘그 쇳물 챌린지’에 참여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유튜브 ‘프로젝트퀘스천’ 갈무리

하림은 “(챌린지 전에는)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난 몇 달간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깊게 느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요즘 티브이를 보면 일하다 사고당한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의 처벌과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이 발의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처음 약속과 달리 정기국회 내내 법 제정에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정기국회 내 처리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면서 김 이사장의 마음도 몇달 동안 부풀어 올랐다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그는 “다들 공수처법에 관심이 쏠려 있어서 중대재해법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오전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다시 법 제정을 약속하긴 했지만 ‘방망이’(의사봉) 두드릴 때까지 마음이 안 놓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림도 “‘열심히 일하면 다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선 중대재해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방청석에 앉아 있던 우원식 민주당 의원에게 ‘제정이 가능한 것 맞냐’고 물어 “임시국회 안에 꼭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박윤경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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