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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그 나이 꼰대가 할 수 있는 행동”…‘갑질 두둔’ 근로감독관

등록 2020-12-20 17:14수정 2020-12-20 19:19

직장갑질119, 2020년 근로감독관 갑질 10선 공개
“바쁘다.” “합의해라.” “그게 괴롭힘이냐” 막말
직장갑질119 제공
직장갑질119 제공

증거 갖고 와라, 법적 대응 하지 마라, 실익이 없다…. 근로감독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노동청을 찾은 노동자들에게 한 부적절한 발언들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자우편으로 접수한 ‘근로감독관 갑질’ 제보 159건 중 10건을 선정해 20일 공개했다. 사례를 보면, 근로감독관들은 사적인 이유로 조사를 미루거나 노동자들에게 막말에 가까운 말을 했다. 직장인 ㄱ씨는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 진술까지 마치고 센터장 소환을 앞두고 있는데, 자료를 검토한 근로감독관이 계속 ‘(폭언은) 그 나이대 꼰대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한다”고 제보했다. ㄴ씨는 “2년 동안 직장 상사에게 폭언 및 왕따를 당해 노동청에 신고하며 가해자 조사를 요구했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 아느냐, 내 남은 임기를 조사하면서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황당해했다.

피해자들의 신고에 대해 “실익이 없다” “법적으로 하면 서로 피해가 있다” “증거를 가져와라. 인정받기 힘드니 그냥 종결하라”고 말한 사례도 있었다. “(증인인) 그 사람이 (성추행에) 맞는 증언을 해줄까?” 등 노골적으로 사용자를 편들며 피해자에게 신고 취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노동부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핑계로 책임 회피를 한다”며 △근로감독청 신설 또는 근로감독 전담부서 설치 △근로감독 불시감독 전환 △근로감독청원제도 활성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 119가 공개한 2020년 근로감독관 부적절한 발언 사례

1. “감독관이 얼마나 바쁜지 아느냐” “남은 임기를 조사하면서 보낼 수는 없다.”(2020년 7월)

직장생활을 하면서 2년 가까이 상사로부터 폭언 및 왕따를 지속적으로 당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자살 충동까지 시달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회사에 가해자를 신고했지만, 진술이 엇갈리고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해자는 가벼운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를 인정할 수 없어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 가해자 조사를 해달라고 하니, 이번 달까지 근무하고 다른 곳으로 발령나는 담당 근로감독관은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 아냐, 형사 사건도 맡은 게 있고 바쁘다. 내 남은 임기를 조사를 하면서 보낼 수 없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2. “증거는 있냐?” “그 사람이 증언을 해줄까?”(2020년 3월)

갑자기 오라 가라 하는 갑질·임금체불·성희롱·성추행·부당해고까지 너무 못된 사업장이라 느껴졌고,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성희롱 진정서부터 넣었습니다. 노동청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고 근로감독관은 당시 성추행 진정서를 가지고 “이쪽 일 하는 사람들 다 깡패 아니냐” “증거는 있냐?”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증거는 없지만 증인이 있다고 하자 과연 “그 사람이 맞는 증언을 해 줄까?” 라며 취하를 얘기했습니다.

3. “나도 그러는데 그럼 나도 괴롭힘이냐로 나올 수 있다.”(2020년 3월)

현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술까지 마친 상태고, 센터장 소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료들을 검토한 노동청 담당관은 계속 “(폭언은) 그 나이 대 꼰대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대휴를 다녀온 상황에서 어디에 다녀왔는지 전체 직원 앞에서 사적인 부분을 말하는 걸로 걸어볼 수는 있겠으나, “위에서 검토하시는 분들이 나도 그러는데 그럼 나도 괴롭힘이냐로 나올 수 있다”는 부정적인 말을 합니다.

4. “증거를 가져와라.” “인정받기 힘드니 종결하라.”(2020년 7월)

저를 포함하여 3명 가량 퇴직금, 연차수당 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한 상태이나 노동부 감독관이“증거를 가져와라, 인정받기 힘드니 그냥 종결하라” 등의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5. “법적으로 하면 서로 피해가 있다.” “감독관을 못 믿으면 어떻게 하냐”(2020년 3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단시간 근로자로 일하였습니다. 권고사직 구두합의로 귀가했는데 전화로 ‘국가지원금 받고 있으니 권고사직 처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말과 태도를 번복하는 점이 괴로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 제출하였습니다. 대표가 출석한 자리에서 근로감독관이 “'법적으로 하면 서로 피해가 있으니” 라고 말을 했고, 맥락 없이 “지금 녹음하는 겁니까? 저랑 얘기하는 것을 그러면 안 돼요. 경찰도 못 믿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요? 저도 못 믿으면 안 됩니다. 못 믿으면 어떻게 합니까?”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6. “그게 무슨 괴롭힘이냐”(2020년 3월)

사내 조사 결과 괴롭힘 아님으로 결론 내려 현재 노동청에 재진정중인데요. 회사쪽이 전직 지청장이 대표로 있는 노무법인을 대리하여 방어하기 시작했고, 감독관 태도가 급변하여 무슨 말만 하면 “그게 무슨 괴롭힘이냐” 라며 피해자 의견을 노골적으로 배척합니다.

7. “실익이 없다.”(2020년 5월)

고용노동청 감독관의 말이 귓가에 생생합니다. 신고를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 는 말처럼 진정으로 실익이 없는 것인지, 부당함을 눈감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8. “본인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2020년 7월)

상사는 제가 한 고발 건으로 인해 조처를 기다리는 상황이고, 원장이 ‘오늘 노동청 조사 받고 와서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문자를 보내왔어요. 제가 진정한 것 때문에 근무표에서 빠졌고, 업무를 주지 않는 상황인거 같아 진정에 따라 불이익 조처를 받았다고 근로감독관에서 전화했더니 “본인이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이상한 답변을 했어요.

9. “이런 걸로 이용하려는 근로자들이 많다.”(2020년 2월)

사장님이 부당한 조건을 계속 제시하고 자기 사정만 이야기하는데, 두 번을 해고 통보했는데 억울하네요.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해고가 아니라니. 감독관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런 걸로 이용하려는 근로자들이 많다”고.

10. 감독관의 “끊임없는 화해 요구”(2020년 6월)

팀장에게서 받았던 폭언 및 부당대우에 관한 증거자료를 첨부해 직장 내 괴롭힘 및 회사쪽을 상대로 부당해고 신고를 했습니다. 최종심문회의에 참석한 저는 조사관과 회사쪽의 “끊임없는 화해 요구”에 버티기 힘이 들어 화해 합의금에 어쩔 수 없이 응했습니다. 부당해고 합의에 응하고 며칠 후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당해고 합의는 원만히 마무리가 됐으니 진정이 제기된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하더군요. 회사 자체 조사이다보니 예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은 성립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자 가해자가 저를 바로 무고죄로 고소하였습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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