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정말 춥네.”
12월의 서울 명동 거리, 적막을 깨고 누군가의 긴 탄식에 이어 혼잣말이 들려왔다. 유독 추웠던 그날 밤, 축 처진 어깨의 그는 빈 병들을 가득 담은 검은 비닐봉지를 꼭 쥐고 곧 사라졌다. 연말의 분주함은 어디에도 없고 ‘70% 할인’을 내건 상점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던, 그가 떠난 거리에 다시 적막이 밀려왔다. 거리 안팎에서 모두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있는 오늘, 유난히 긴 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