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도 강력한 대선주자임이 확인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현충원을 참배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분향했다. 검찰총장의 새해 현충원 참배는 전임자도 빠뜨리지 않았던 의례적인 행사지만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 총장의 이날 현충원 참배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윤 총장은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에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바른 검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1월2일에도 현충원을 찾은 그는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함께 바른 검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썼으나, 올해는 “국민과 함께”라는 문구를 뺐다. 지난해 연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대결구도에서 지지율 급등세를 보인 윤 총장이 ‘정치적 언어’로 의심받을 만한 대목을 빼면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지난 1년 동안 동안 추 장관과 갈등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지난 연말에 자신을 징계하려고 했던 추 장관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의혹 1심 판결에서 대부분 유죄를 받아내면서 입지가 탄탄해졌다. 조국 전 장관 수사로 여권의 공적이 됐던 1년여 전과 비교하면 훨씬 발걸음이 가볍다.
여권과 각을 세우면서 대선후보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윤 총장이 ‘퇴임 뒤에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대선 행보를 둘러싼 의심과 관심은 모두 해소되지만, 윤 총장은 주변 참모들의 이런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지인들에게 “새해부터는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 명단에 포함된 건 지난해 6월부터였다. 윤 총장에 대한 대선주자 여론조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윤 총장이 핍박받는 상태가 정리될 경우 그에 대한 지지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두 관심거리다.
윤 총장과 가까운 또 다른 법조인은 그를 ‘물 위를 걷고 있는 베드로’에 비유했다. “나를 믿고, 물 위를 걷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걸으면 된다”는 예수의 가르침대로 베드로가 물 위로 발을 내디뎠지만 물 위를 걷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물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윤 총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지금 말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흑심이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윤 총장도 자신이 대선후보라고 의식하는 순간 물에 빠지게 될 거다. 임기가 끝날 무렵에 어떤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규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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