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따뜻한 햇살 아래 투두둑 나무비가 내린다. 주말을 맞아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기던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로수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겨우내 몰아친 눈바람에 나뭇가지는 앙상하게 말랐다. 경쾌하고 단호한 손길이 곧 돋아날 새순을 위해 묵은 자리를 치운다. 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우수를 지나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으로 향하는 시간의 길목, 비움으로 내일을 준비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