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의 상징’으로 꼽혀온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왼쪽)과 김일윤 전 경주대 총장. 연합뉴스
‘사학비리의 상징’으로 불려온 전 상지대 총장 김문기(89)씨와 전 경주대 총장 김일윤(83)씨가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 회장 선거에 나란히 출마해 안팎으로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각각 3선과 4선 의원 출신인 이들은 학교 교비를 횡령해 자신과 가족의 이름으로 수백억원대 부동산 투기를 벌였고, 사립학교법과 선거법 위반 등으로 현직 의원 신분일 때 구속돼 복역한 공통점이 있다.
지난 11일 헌정회는 제22대 헌정회장 선거에 김문기·김동주·김일윤 회원이 입후보해 기호 1~3번에 배정됐다고 공고했다. 회장 후보들은 65살 이상 회원에게 매달 120만원씩 지급되는 연로회원 지원금의 증액과 대상자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헌정회는 매년 60여억원을 국회 사무처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3월23일로 예정된 헌정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화·문자를 통한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격화되면서 회원들을 중심으로 후보 자질 시비가 일고 있다. ㄱ 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헌정회장은 도덕성을 검증받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분이 맡아야 한다”며 “대표적인 사학비리를 저지르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살다가 감투 얻으려 나온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ㅈ 전 의원도 “각 후보들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문자가 온다. 큰 비리를 저지르고 실형까지 산 분들이 무슨 욕심에 출마했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헌정회마저 적폐 소릴 들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사학비리의 과거를 딛고 이제 겨우 정상화의 수순을 밟고 있는 상지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지대 관계자는 “헌정회장은 정치원로 격으로 국회의장 등과 수시로 면담하고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나름의 권력이 있는 자리로 알고 있다”며 “김문기씨는 헌정회장을 발판으로 상지대를 다시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대 사학비리를 적발했던 전필건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은 “두 김씨는 교육 목적으로 혜택받고 산 부동산을 빼돌리고 족벌경영으로 부정입학을 저지르는 등 사학비리의 ‘살아 있는 신화’”라며 “반성 없는 두 김씨의 헌정회장 출마 자체가 헌정사의 수치다. 헌정회장이 ‘사학비리 끝판왕’을 뽑는 자리는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1992년 교육부의 상지대 감사 결과, 교비 횡령과 부정입학 등의 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로 인해 문민정부 ‘사정 1호’가 된 김문기씨는 이듬해 3월 구속돼 1년6개월 수감생활을 했다. 앞서 <한겨레>는 김씨가 서울 인사동과 강남, 강원 원주 등에 보유한 수조원대 부동산이 빼돌린 학생 등록금을 발판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도
(2016년 7월16일치 1·4면)한 바 있다.
1993년 경주대 교비 5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일윤씨는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간판으로 당선됐지만 금품을 제공한 영상이 포착돼 1년6개월 확정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겨레>는 김문기씨에게 관련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일윤씨는 “경주대 총장을 지낼 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 논란은 선거에 개입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퍼뜨리는 음해”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