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7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 검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는 등 정부·여당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은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으로 확대돼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처분 결과에 따라 검찰과 여권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재보선 이틀 만인 지난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실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지난해 1월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재판에 넘긴 뒤 15개월 만의 처분이다. 이 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김기현 당시 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핵심 공약인 산업재해모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추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 실장은 지난해 1월 국정상황실장을 맡은 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의 각종 현안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아 검찰의 처분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도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을 긴급출국금지 신청을 하는 과정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관여했다는 이른바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비서관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도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의 처분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새 검찰총장 인선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수사’ 개시 전에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달 안에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검찰 인사가 진행되면, 수사팀 교체 등에 따라 지금까지 진행해온 수사에 차질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인적 구성을 마치고 이달 말 전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경우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등 고위공직자 관련 수사는 공수처로 재이첩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8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선거가 끝난 만큼 선거 사건을 포함한 주요 사건들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서 처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여권과 검찰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검찰총장 임명과 함께 대대적인 검찰 간부 인사 등이 예정돼 있어 이런 수사 여파가 검찰 인사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이 실장의 기소 처분에 대해 “코로나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확실히 매듭짓겠다고 최근 검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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