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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새도시 투기 의혹 ‘강 사장’, 강원 토지 판매 직원과 강릉땅 매입해 수억 차익

등록 2021-04-13 04:59수정 2021-04-13 11:11

공개입찰 유찰되자 수의계약
담당 직원까지 참여 이해충돌 의혹
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의 3기 새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에 3월10일 오전 묘목이 심어져 있다. 시흥/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의 3기 새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에 3월10일 오전 묘목이 심어져 있다. 시흥/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광명·시흥 새도시 투기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이른바 ‘강 사장’으로 불리며 경찰 수사를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 강아무개씨가 직장 동료 박아무개씨, ㄱ축산업협동조합(ㄱ축협) 임원 ㄴ씨 등과 함께 2015년 강원 강릉 유천지구에서 엘에이치 소유 네개 필지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해 6억원이 넘는 차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씨와 함께 필지를 매입한 엘에이치 직원 박아무개씨는 2015년 당시 강원 지역의 엘에이치 소유 토지를 판매하는 부서에서 근무해 이해충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 강씨 부부는 2015년 1월에 엘에이치 강원지역본부 판매보상부(2014년 1월~2016년 1월 근무)에서 일하던 직원 박아무개씨 부부, ㄱ축협 임원으로 2017년 춘천지점장을 지낸 ㄴ씨 부부와 함께 엘에이치가 분양한 유천지구 내 홍제동 대지(867.1㎡)를 7억8900만원에 사들였다. 이들은 같은해 12월에도 해당 대지와 붙어있는 자투리 필지 3곳(답·임야·구거) 329㎡를 엘에이치에서 9691만원에 추가로 매입했으며 4년 뒤인 2019년 9월 이 땅들을 15억원에 팔았다. 4년 만에 6억1400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엘에이치로부터 받은 ‘강릉 유천지구 지번별 분양 방법’을 보면, 강씨 등이 매입한 대지(867.1㎡)는 공개입찰에서 두 번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온다. 자투리 필지 3곳(329㎡)은 입찰 과정 없이 인접한 토지 소유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들에게 넘어갔다. 해당 필지의 바로 인근에는 박씨가 2016년 2월 별도의 단독 명의로 매입한 땅(유천지구 내 주차장 부지)도 있는데, 이 역시 엘에이치 공개입찰에서 두차례 유찰된 땅이다. 박씨는 강원본부 근무를 마치고 근무지를 서울지역본부로 옮긴 직후인 당시 이땅을 엘에이치로부터 수의계약으로 8억1305만원에 사들였다.

엘에이치가 분양하는 토지의 경우 두 차례 유찰이 되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박씨가 판매보상 부서에서 업무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유천지구 분양은 강원지역본부 영동사업단 판매보상부에서 담당했는데 지역본부 판매보상부에서 일하는 박씨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절차에 맞게 매입했더라도 관련 업무를 맡아 해당 지구의 개발 계획 등을 잘 알 수밖에 없는 직원이 경쟁입찰도 아닌 수의계약으로 개발 부지 내 땅을 산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엘에이치 쪽은 “판매보상부는 판매와 보상업무를 담당하는데 박씨는 보상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강씨는 광명·시흥 새도시 땅을 살 때도 강릉 땅을 함께 샀던 ㄴ씨가 지점장으로 일하던 ㄱ축협 춘천지점을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토지 등기부등본 등을 보면, ㄱ축협 춘천지점은 ㄴ씨가 지점장이던 2017년 강씨 등에게 강릉 땅과 광명·시흥 땅을 담보로 총 11억7500만원가량(추정치)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6월 ㄴ씨의 아내는 춘천지점을 통해 유천지구에서 강씨 등과 매입한 토지를 담보로 채권최고액 7억8000만원(대출액 6억5000만원 추정)을 설정했다. 박씨가 2016년 2월 홀로 8억1305만원에 매입한 주차장 용지도 2017년 11월 춘천지점에서 3억9000만원의 채권최고액(대출액 3억2500만원 추정)이 설정됐다.

강씨가 광명·시흥 새도시 땅을 매입 때도 춘천지점이 등장한다. 강씨는 2017년 8월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의 밭 526㎡를 1억8100만원에 매입했는데 매입 한달 뒤 해당 지점을 통한 채권최고액 1억2000만원(대출액 1억원 추정)의 대출이 있었고, 강씨가 2017년 1월 지인과 공동으로 경매를 통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3개 필지를 담보로도 같은해 11월 같은 지점에서 채권최고액 1억2000만원 규모의 대출이 이뤄졌다. ㄴ씨의 경우 축협 지점장으로 대출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다. ㄴ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혼자 땅을 사기에는 돈이 부족해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고객인 강씨와 함께 (강릉 유천지구) 땅을 샀다”며 “(관련 대출은) 조건이 맞아서 대출이 진행된 것일 뿐이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엘에이치 직원들의 강릉 땅 투기가 몇 년 뒤 경기 광명·시흥 새도시 투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 등이 과거 투기 의혹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주빈 강재구 기자 yes@hani.co.kr

※부동산 투기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한겨레> 부동산 투기 취재팀은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재산 축적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취재와 보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고위 관료를 비롯한 공직자나 토지 개발 관련 공기업 임직원 등의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철저한 신원 보장을 위해 제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받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소중한 제보가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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