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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합격자 1200명 넘으면 대량실업”…‘6천명 시대’와 똑같이 진입 막는 변협

등록 2021-04-19 15:05수정 2021-04-19 18:57

‘변시 합격자 정원 감축’ 놓고 전방위 여론전 나서
“오로지 단체 이익만 고려한 이기적 주장” 비판 거세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변호사 3만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단체가 업계 수호를 위한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변호사 규모를 줄이고자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 수 감축을 요구하는 한편, 온라인 법률 플랫폼을 고발하는 등 직역 수호에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2000년대 초 ‘변호사 6천명 시대’와 유사한 모습으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단체가 변호사 수 증가에 ‘진입 제한’으로만 대응할 뿐 변화하는 세태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9일 성명을 내어 “1200명 이상의 변시 합격자 결정은 신규 변호사 대량실업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3일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 협회는 지난 2월에도 성명을 내어 2018년 기준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이 1.2건에 불과하다며, 양질의 법률서비스 보장을 위해 합격자 수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9일에는 법무부에 변시 합격자를 1200명 선으로 줄이자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최근 3년 동안 변시 합격자가 1599~1768명인데, 국내 법률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연간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한변협은 “(합격자 증가는) 누적된 시험 탈락자들과 졸업생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변시 합격자 밀어내기”라며 “변호사 및 법조시장 전체의 붕괴를 가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은 로스쿨 도입 전인 2004년 ‘변호사 6천명 시대’ 때와도 유사하다. 당시에도 대한변협의 지방회인 서울지방변호사회 쪽은 “변호사 한 명이 사무실을 유지하며 월 5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려면 한 달에 6건을 수임해야 한다”며 1천명 선인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500명 선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서비스의 품질에 대해서도 “1996년 이후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면서 변호사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급격히 저하되고 법률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내세웠다. 현재 변호사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온라인 법률 플랫폼을 둘러싼 고발전도 과거 변호사 광고 허용 때와 닮아 있다. 변호사 광고는 2000년 변호사법 개정으로 가능해졌는데, 당시에도 변호사단체는 ‘광고를 허용하면 저가 수임 경쟁이 발생해 부실변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대한 바 있다. 최근에는 변호사 광고의 온라인 비중이 커지면서 수임료 경쟁도 온라인으로 넘어왔고, 이에 대한 변호사단체의 고발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대한변협 등은 온라인상에서 변호사를 구하거나 상담할 수 있게 한 ‘로톡’ 같은 변호사 중개 플랫폼을 검찰에 고발해왔다.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로톡이 사건 수임에 개입하기보단 온라인 광고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런 움직임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한변협이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이권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최근 “대다수의 국민은 문턱을 낮춘 법률서비스를 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변시 합격자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자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를 상기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변시 응시자들로 꾸려진 ‘제10회 변호사시험 진상규명 및 대책을 위한 응시자모임’도 최근 성명을 내어 “법률 사무의 개선·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대한변협이 후배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문턱을 낮춘 법률서비스를 원하는 국민의 이익에 배치되는 오로지 변협의 이익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법 전문가인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 고발전과 관련해 “(변호사 유료 알선 금지) 조항은 브로커를 규제할 목적으로 1973년에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아이티(IT)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이 조항에 따라 ‘변호사 알선’이라고 보는 건 맞지 않다. 변호사 수가 적었을 땐 별다른 수임 활동을 안 해도 비교적 쉽게 사건을 맡기도 했는데, 변호사가 늘고 사건 수임이 어려워지면서 (변호사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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