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민들이 사회·정치 현안 가운데 가장 크게 울분을 느낀 사안이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울분 연구팀’이 21일 공개한 ‘2021년 한국 사회의 울분 조사’를 보면, 사회·정치 사안이 일으킨 울분 16가지 사안 가운데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때문에 느낀 울분이 가장 높은 점수(남성 3.57점·여성 3.51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8년·2020년에 이은 세 번째 조사다. 연구팀은 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24∼26일 전국 19살 이상 성인 1478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울분 점수’는 ‘전혀 울분을 느끼지 않았다’는 응답을 1점, ‘매우 울분을 느꼈다’는 응답을 4점으로 매겨 얻은 평균 점수다.
사회정치 사안이 일으키는 울분은 응답자에게 총 16개의 사안을 제시하고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다음 사안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에 따른 울분은 지난 2018년 조사에서 5위, 2020년 조사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위에 올랐다. ‘정부(입법·행정·사법)의 비리나 잘못 은폐(남성 3.53점·여성 3.47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남성 3.51·여성3.47점)’가 뒤를 이었다.
2018년과 2020년 조사에서 연달아 1위를 기록했던 ‘직장·학교 내 괴롭힘, 차별·착취’는 올해 조사에서는 5위(남성 3.42점·여성 3.51점)로 내려갔다. 그러나 여성 응답자들은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와 함께 ‘직장·학교 내 괴롭힘, 차별·착취’에 가장 높은 울분 점수를 매겼다.
울분 연구팀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울분도 10가지 상황을 제시해 조사했는데 ‘방역을 방해한 개인이나 집단이 법망을 피하거나 미흡한 처벌을 받을 때(3.47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사회 지도층이 거리두기 원칙을 위배할 때(3.44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허위 정보 제공 등 정의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3.44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울분 점수 평균은 1.75점으로 이전 조사(2018년 1.73점, 2020년 1.58점)보다 증가했다. 울분 연구팀을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올해 크게 높아진 사회·정치 울분 사안(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은 앞으로 사회적 울분을 줄이기 위해 어느 측면에서 정의와 공정성을 높여야 할지를 엿보도록 했다”며 “울분의 부정적 건강 영향이 계속 확인되는 만큼,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위한 긍정, 인정, 공정의 역량을 키워 울분을 줄이고 예방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1일 서울대 울분 연구팀이 발표한 ‘2021년 한국 사회의 울분 조사’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울분 점수. 서울대 ‘울분 연구팀’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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