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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차 손배소 패소…엇갈린 법원 판결

등록 2021-04-21 11:04수정 2021-04-21 18:09

피해자들, 1차 손배소 땐 승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을 나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을 나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소송 1심 판결과 엇갈린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는 21일 고 곽예남 할머니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한국이 국내외적으로 기울인 노력과 이로 인한 성과가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 회복으로는 미흡했을 것으로 보이고, 2015년 12월 한·일 합의도 이들이 지난 시간 겪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보긴 어렵다”라면서도 “현시점에서 유효한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갖는지에 대해 한국 헌법과 법률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관습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한국이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일본 정부와의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한국의 대내외적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 쪽이 주장한 ‘국가면제론’(한 나라의 주권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에 대해서는 “위안소에서 위안부로 그 의사에 반해 일본 군인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한 것은 국제인권법 등에 위반되는 행위로 심각한 인권침해가 된다”며 “종래 제한적 국가면제론에 따르면 이런 요건에 해당해도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지만, 국제관습법이 변경되면 달리 고려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탈리아 ‘페리니 사건’을 들어 “위안부 문제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 별도의 협정에 의해 해결될 것을 전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인 페리니는 독일 군수공장에서 강제노역을 했으나 전쟁포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자 1998년 이탈리아 지방 법원에 독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탈리아 지방 법원과 항소심 법원은 독일의 국가면제 주장을 인정해 소송을 각하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내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하지만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 사건에 대해 ‘독일에 대한 재판권 면제를 부인한 이탈리아 법원의 결정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엔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다수 의견에서 국가면제를 인정한 취지도 개별적인 소송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 사이의 별도의 협정에 의해 해결될 것을 전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을 적용하면 일본 정부에 국가면제가 인정돼야 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권리 구제가 어려워지게 된다”면서도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일본 정부 차원의 권리구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합의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사죄와 반성의 의미가 담겼고 일본 정부가 자금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피해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을 하게 정한 만큼 피해자들을 위한 대체적 권리구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향후 국가면제가 인정되는 범위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외교부에 대한 사실조회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국의 외교 정책과 국익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책 결정이 선행돼야 할 사항이다. 정책적 의사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매우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하며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과 엇갈린 판단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했을 경우까지도 이에 대해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며 일본 정부가 주장한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면제는 국내 법원이 국외 국가에 대한 소송의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 판결은 일본 정부 쪽이 항소할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확정됐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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