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곤씨가 제주공항 앞 스타렌트카에서 청소된 차량을 옮기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일곤(53)씨는 렌터카 출·반납 업무를 하고 있다. 제주를 찾은 고객이 렌터카를 반납하면 뒤편 공터로, 청소된 차량은 다시 다른 고객이 이용하도록 나르길 반복한다.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된 업무는 오후 7시 30분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이어진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가장 바쁜 탓에 점심식사 시간은 따로 없다. 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눈치껏’ 먹는다.
김씨와 동료들은 배차를 완료하거나 청소를 끝낼 때마다 관리자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업무를 보고한다. 몇 년 전까지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실적이 나쁘면 단톡방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고, 이를 빌미로 퇴직을 강요하기도 했다. 김씨가 다니는 회사는 갑질로 유명세를 탔다. 회사는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이용할 때마다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업무에 방해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녀공용 화장실이라 여성 직원들의 어려움은 더욱 컸어요.”
2018년 입사한 김씨가 겪은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며칠씩 늦어지던 월급은 아예 지급이 안될 때도 있었다. 임금 체불이 이어지자 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뒀다. 그 자리는 계약직으로 채워졌다. 노조의 문제 제기 끝에 회사는 남은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체납임금을 지불하고 4대 보험 체납금을 단계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백미러에 김씨의 얼굴이 비쳐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김씨는 제주 렌터카 회사의 상황이 다들 비슷하다고 말한다. “렌터카 회사들이 현장 직원들은 일회용품으로 생각해요. 쓰다가 버리고 그 자리에 다시 채워놓는 거죠.” 현재 제주에 등록된 렌터카 회사는 118개로, 1만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단기계약직으로 일한다.
제주에 렌터카 회사가 처음 등록된 건 1978년이다. 렌터카 노조는 41년이 지난 2019년에야 결성됐다. 현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렌터카지부는 네이버 밴드 ‘하하호호허허’를 통해 제주 렌터카 노동자들의 고충 상담을 받고 있다. 제주/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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