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6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관계자들이 항공편으로 도착한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첫 물량을 하역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중국산 백신을 도입한 국가는 헝가리가 처음이다. 부다페스트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7일(현지시각)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화이자,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은 것으로 비서구권 국가가 개발한 백신 가운데선 첫 사례다.
앞서 이 기구 산하 면역전문단인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은 시노팜이 제출한 3상 임상시험 데이터에서 나타난 효능이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부합하다고 평가해 긴급사용 승인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산 백신의 임상시험자료를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노팜 백신의 효능은 79%로 추정된다. 다만 60살 이상 고령층은 데이터가 적어 효능을 평가할수 없었으며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는지도 판단엔 제한된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세계보건기구는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전문가그룹이 “(3~4주 간격) 2회 접종 일정으로 18살 이상 성인의 사용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승인이 저소득국가에 백신공급의 길을 넓힐 것이라며 “중국 백신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중대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긴급 사용 목록에 올라가면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배분될 수 있다. 또다른 중국 제약사 시노백 백신에 대해서도 다음주쯤 세계보건기구가 긴급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백신 데이터 전문가 안드레아 테일러는 두개의 중국 백신이 코백스에 더해지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최종임상시험 데이터가 전세계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남미와 아프리카 등 40여개국이 중국 백신을 도입한 상황이다. 이번 승인을 계기로 중국이 미국의 백신 지재권 면제 카드에 맞서 ‘백신 외교’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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